이대호 "트리플크라운 중에서 욕심나는건…"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0.07.31 08: 04

야구에서 타자로서 모든 것을 정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타격, 홈런, 타점 3관왕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를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부르는데 역대 한국프로야구에서는 지난 1984년 이만수(SK 퓨처스 감독)와 2006년 이대호(롯데), 단 2차례밖에 없었다.
롯데 자이언츠 4번타자 이대호(28)가 4년 만에 트리플 크라운에 재도전 중이다. 정작 이대호는 "트리플 크라운은 무슨요"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이대호는 31일 현재 3할6푼7리의 타율과 29홈런의 두 부문에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타점은 89개로 팀 동료 홍성훈(102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트리플 크라운에 근접한 기록이다. 현재 페이스라면 소속팀을 4강에 올려놓을 뿐 아니라 최우수선수(MVP)까지도 노려볼 만하다.

하지만 이대호는 30일 오후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리플 크라운은 별 생각 없어요. 그래도 그 중에서 1개만 고른다면 '타점왕'이 좋지 않을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무언가 목표를 한다는 것은 욕심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그 욕심이 너무도 선(善)했다. 이대호는 "제가 4번타자 잖아요. 그래서 타점왕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4번 타자의 부담감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대호는 "팀의 4번 타자와 에이스 투수는 승패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즉 에이스 투수는 선발 등판한 날 상대팀, 상대 에이스급 투수, 자신의 컨디션 등 모든 것을 무시하고 팀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선수를 말한다. 4번타자는 팀이 득점을 해야 하는 순간에 찬스가 온다면 무조건 선행 주자들을 홈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자신의 역할이 지나치면 압박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타자 이대호는 부담감이 더 컸다. 에이스 투수는 한 경기를 던지고 4일, 또는 5일간의 휴식 시간이 있다. 그러나 4번타자는 정규시즌 전 경기에 매일 출전해야 한다. 이대호도 같은 마음이었다.
이대호는 "스트레스 받는 제 마음을 누가 알아줄 수 있겠어요. 스스로 다스려야죠"고 말한 뒤 헬멧을 집어 들고 배팅 케이지 이동했다.
이대호는 이 말을 마친 후 30일 사직 LG전에서 5타석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타점왕을 놓고 가장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팀 동료 홍성흔은 5타수 2안타 4타점을 기록하며 타점을 4개나 추가해 1위 자리를 지켰다.
과연 이대호의 바람대로 트리플 크라운 중에서 타점만큼은 1위를 차지할 지 지켜볼 일이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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