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63빌딩 수족관 수줄 발레쇼 이솔잎
수중발레 선수 수명 짧아…63씨월드 공연 행운
처음엔 물고기 느끼지 못해 가시 찔려 부상도

재능있는 후배 발굴해 수중발레 저변확대 앞장
[이브닝신문/OSEN=장인섭 기자] 올림픽경기에서처럼 강렬한 인상의 절도있고 파워풀한 안무가 펼쳐지는 스위밍 풀을 연상했다. 그러나 ‘아쿠아걸wm2’의 10분 남짓한 아쿠아발레쇼는 감미로운 선율과 부드러운 안무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수중공연이 펼쳐지는 600톤 규모의 대형 수족관에는 까치상어, 노랑가오리, 별돔, 자바리 등 20여종의 바다생물로 가득차 있다. 상상속의 인어처럼 물거품을 헤치고 연기자들이 등장하자 물고기들의 군무에 시선을 뺏겼던 어린이 관객들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전직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이하 수중발레) 전 국가 대표선수 이솔잎 씨(23)는 관객을 아름다운 바닷속 용궁으로 인도하는 아쿠아 댄스쇼 ‘아쿠아걸즈2’의 매력적인 주인공 역을 맡고있다. 국내 유일의 수족관 발레를 보기위해 수족관이 있는 여의도 63빌딩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수영선수 인연은 언제부터인가?
▲온 가족이 활동적이고 운동신경이 워낙 좋아서 다들 수영을 잘한다. 5살 무렵부터 수영을 배우는 언니들 틈에 끼어 자연스럽게 물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큰언니는 발레리나, 작은 언니는 중학교때까지 수영선수 생활을 했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수영은 전혀 낯설지 않은 삶의 일부였다.
-수중발레 선수가 된 계기는?
▲사실 수영선수는 아니었다. 같이 수영을 배우던 친구 어머니가 올림픽경기를 보고 함께 수중발레를 해 보자고 해서 시작했다. 어머니가 다니는 에어로빅에 쫓아다닐 정도로 어려서부터 음악에 맞춰 율동하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망설임은 없었다.
-현역선수를 은퇴한 이유는 무엇인가?
▲수중발레를 시작하면서 줄곧 가슴에 심어두었던 꿈은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고 1 때 대표선수로 선발돼 희망하던 꿈을 이뤘다. 그런데 2005년 ‘수중발레 대표팀 이탈 사건’이 벌어졌다. 부정적인 선수선발 기준 등 납득할 수 없는 현실에 그동안 노력해 온 것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부족했던 학업에 전념하기 위해 은퇴를 결심했다.
현실적으로도 수중발레는 다른 종목에 비해 선수수명이 짧은 편이다. 국내에는 전국체전 종목이 아닌 수중발레를 지원하는 실업팀이 없어서 대학선수생활을 마치고 졸업하면 코치생활을 하거나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마나 나처럼 공연을 하면서 수중발레를 계속 할 수 있는 경우는 행운인 셈이다. 수중발레 선수들에게는 냉혹한 현실이다.
-수족관에서 수중발레를 하게된 동기는?
▲선수시절 이수옥(현 남서울대학교 교수)싱크로클럽에 소속돼 있었다. 2008년 새로운 이벤트 기획에 고심하던 63씨월드 관계자가 이수옥 코치를 찾아와 자문을 구하면서 계기가 마련됐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때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다. 특히 국내에서는 한번도 시도된 적 없는 이색직업이라는 사실에 마음을 뺏겼다.
-바다생물들과 함께하는 공연, 두렵지는 않나?
▲공연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물고기가 있는 줄도 몰랐다.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니까 그제서야 상어도 지나가고 가오리도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한번은 공연 중 ‘자바리’라는 물고기 등지느러미 가시에 찔려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순간 ‘이 공연을 계속해야 하나’ 하는 회의가 들었지만 공연 후 즐거운 표정으로 돌아가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천상 여기가 내 직장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족관 안에서도 관객들의 반응이 느껴지나?
▲물론이다. 박수소리도 들리고 환호하는 소리도 생생히 전달된다. 가끔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주시는 관객도 있고 공연에 감동 받았다며 이메일로 격려해 주시는 관객들도 많다. 그럴때마다 더 열심히 노력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자고 다짐한다. 수족관으로 데이트 온 커플 중 남자 관객이 두팔로 하트를 날려주다 여자친구와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여자분이 화내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다. 부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주특기는 무엇인가?
▲별명이 ‘힘녀’다. 지치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수중발레 기술 가운데 부스트(Boost)라는 기술이 있다. 강한 힘으로 상체나 하체를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르는 기술로 특히 하체부스트는 키포인트를 살려 자신있게 연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수족관 공연은 수면 아래의 연기 밖에 보여드릴 수 없어 그점이 안타깝다.
-현재 직업에 만족하나?
▲재미도 있고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는 면에서 직업으로는 만족스럽다. 좀 더 넓은 공간에서 더 많은 인원들과 공연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게 조금 아쉽다. 가끔.
-경기와 공연, 마음가짐이 다를 것 같다.
▲경쟁을 통해 이겨야하는 경기보다는 아무래도 떨림은 덜하다. 하지만 더 많은 분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는 시간이기 때문에 매순간 실수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공연에 들어간다.
-앞으로의 계획은?
▲능력이 닿는대로 훌륭한 지도자가 돼서 수중발레 저변확대를 위한 일을 하고싶다. 내게 주신 재능을 기부해 환경 때문에 수중발레를 포기하는 재능 있는 어린 후배들을 발굴해 가르치는 일은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먼저 바로서야겠지만...(웃음)
ischang@ieve.kr /osenlife@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