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이용찬의 의미있는 '2차 성장'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8.03 07: 10

한 명은 기술적으로 하나의 무기를 추가했고 또 한 명은 부쩍 높아진 자신감을 바탕으로 볼 끝에 힘을 실었다. 지난 2007년 1차 우선지명으로 함께 입단한 4년차 동기생 임태훈(22)과 이용찬(21. 이상 두산 베어스)의 이야기다.
 
지난 3시즌 동안 계투핵으로 활약하다 올 시즌 비로소 선발로 기회를 얻고 있는 임태훈과 지난해 초보 마무리임에도 26세이브(공동 1위)를 올리며 구원왕-신인왕 타이틀을 동시에 획득한 이용찬. 이들은 지난 2007년 각각 서울고와 장충고를 졸업하며 4억원이 넘는 계약금(임태훈-4억2000만원, 이용찬-4억5000만원)을 받으며 두산에 입단했다. 이들의 동반 입단 시 팀의 드높은 기대감은 당연했다.

 
물론 데뷔 이후 지금까지 그들이 걸어온 과정이 달랐던 것은 사실. 임태훈은 데뷔와 함께 곧바로 팀에 없어서는 안될 투수가 되었다. 이용찬의 경우는 팔꿈치 수술-어깨 부상으로 인해 시작이 친구보다 다소 늦었으나 싸움닭 기질을 3년차 시즌부터 보여주며 주전 마무리로 우뚝 섰다. 그리고 이들은 프로 수준에 걸맞는 투수를 넘어 더욱 안정된 투수로 성장 중이다.
 
▲ '히메네스표' 싱킹 패스트볼 장착, 임태훈
 
올 시즌 9승 7패 1홀드 1세이브 평균 자책점 5.88(3일 현재)을 기록 중인 임태훈. 지난 7월 29일 잠실 한화전서 그는 7이닝 5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2개)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었다. 지난해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선배 정원석에게 1회 선제 결승 만루포를 허용하며 패하기는 했지만 2회부터 2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1경기 7이닝 소화는 자신의 프로 데뷔 후 최다 이닝 기록이다.
 
이 경기는 또 하나의 의미가 있었다. 임태훈이 포심 패스트볼과 구속 차이가 크지 않은 싱킹 패스트볼을 구사하며 또다른 구종을 장착한 것. 이는 팀 동료 켈빈 히메네스로부터 배운 구질이다.
 
시점을 지난 7월 1일 대전구장으로 돌려본다. 당시 선발 등판을 앞두고 간이 불펜투구를 마친 임태훈은 히메네스와 이야기를 나누며 싱킹 패스트볼 그립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히메네스의 싱킹 패스트볼은 포수 양의지는 물론 상대 타자들, 심판들도 최고로 꼽는 구질.
 
임태훈의 부탁에 히메네스는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비스듬히 실밥에 걸치는 모습을 보여준 뒤 공을 손에서 놓는 동작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임태훈은 답례로 히메네스에게 정성이 담긴 '무허가' 두피 마사지를 감행했다.
 
7이닝 4실점을 기록한 한화전은 임태훈이 처음으로 싱킹 패스트볼을 구사한 경기. 1회 볼 끝이 다소 깨끗한 직구를 구사했던 2회부터 싱킹 패스트볼을 섞어던지며 과감한 경기 내용을 보여주었다. 7회까지 83개로 경제적인 투구를 펼친 데에는 히메네스로부터 배운 싱킹 패스트볼이 먹혀든 이유도 크다.
 
임태훈에게 한화전 경기에 대해 간략히 물어보았다. '경기 내용은 좋았다'라는 이야기에 "에이, 잘 던지기는요"라며 머쓱한 표정을 지은 임태훈이지만 싱킹 패스트볼에 대해 묻자 "2회부터 섞어 던지며 구종 선택의 폭을 넓혔다"라는 말로 경기 내용을 부인하지 않았다.
 
또 하나의 무기를 장착했다는 점은 임태훈 본인에게 현재는 물론 앞으로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구위와 제구력도 중요하지만 던질 수 있는 구질이 단순하다면 결정적인 순간 베테랑 타자에게 통타당할 수도 있기 때문.
 
그러나 최근의 임태훈은 포크볼은 물론 싱킹 패스트볼까지 구사하는 투수로 변모하며 더욱 선발이라는 보직에 적응하고 있다. 그만큼 7이닝 4실점 패전은 기록 뒤로 앞으로의 가능성을 숨겨둔 경기였다고 볼 수 있다.
 
▲ '절체절명' 위기도 두렵지 않다, 이용찬
 
"솔직히 이제는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있어요".
 
1년 전 이맘때 그의 7월 한 달간 평균 자책점은 9.00에 달했다. 8월에도 8.53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던 그는 마무리 자리를 잃고 잠시 계투로 출장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이용찬에게 2009년 여름은 '아픔'으로 남아있다.
 
"밸런스가 무너지고 던지는 족족 맞아나가니 솔직히 마음이 편치 않았지요". 1년 전 이맛살을 찌푸리며 고심한 흔적을 감추지 못하던 이용찬은 꼭 1년 후 11경기 연속 무자책 행진을 이어가는 믿음직한 마무리 투수가 되었다. 2일까지 시즌 22세이브로 20세이브를 기록 중인 2위 이승호(SK, 20번)와는 2세이브 차이.
 
기록은 물론 영양가도 만점이다. 지난 7월 20일 LG전서부터 4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린 이용찬은 지난 1일 한화전서 0-2로 뒤지던 9회 마운드에 오른 뒤 팀이 연장 10회 승리를 거둔 덕택에 1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08년 4월 30일 KIA전 승리 이후 자신의 통산 두 번째 승리다.
 
7월 28일 넥센전에서 ⅔이닝 세이브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이용찬의 등판 시점은 1사 만루 상황이었다. 상대가 타점을 쓸어담는 5,6번 타순을 상대해야 했기 때문에 악조건 속에 등판했으나 직구로 상대를 위협하며 실점 없이 세이브를 올렸다. 150km를 상회하는 직구에 슬라이더 제구까지 확실히 좋아지며 최고 마무리를 향해 달리는 중.
 
지난해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여름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절실하게 느꼈던 이용찬은 올 시즌 여름 달아오른 지열만큼이나 화끈한 구위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와 관련해 이용찬은 한층 고조된 자신감을 이유로 들었다.
 
"마무리투수는 위기 상황에서 팀 승리를 지켜야 하니까요.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더라도 자신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즌 30세이브 돌파와 구원왕 타이틀 2연패는 물론 내심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까지 바라보고 있는 이용찬은 이 이야기와 함께 눈빛을 더욱 반짝였다.
 
신인왕 타이틀 획득 시까지만 하더라도 "155km를 던지고 싶다"라던 이용찬은 "빠른 공을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제구력으로 안정된 경기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라며 믿음직한 마무리의 활약을 자신하고 있다. 강팀이 갖춰야 할 요소 중 하나가 믿음직한 마무리임을 감안하면 두산의 뒷문은 결코 허술하지 않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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