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여우누이뎐', 인간 같은 복수극...시청자에 '통했다'
OSEN 이명주 기자
발행 2010.08.04 17: 10

황금빛 털에 꼬리 아홉 달린 여우 ‘구미호’는 한국 납량물을 대표하는 공포 아이콘이다. 이상아, 정선경, 고소영, 박민영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구미호를 연기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지난 1977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30여 년 동안 리메이크돼 안방 시청자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구미호에는 늘 인간과의 러브라인이 나온다.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구미호가 아리따운 인간 여자로 둔갑해 남성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데 만약 구미호가 자신의 정체를 남편에게 들키지 않고 백날을 같이 살면 진짜 인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설의 끝부분에 가면 대개 하루를 남겨놓고 정체를 들켜버려 구미호는 결국 소망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구미호, 사람의 간을 빼먹는 요물이지만 ‘사랑’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않는 처연함도 보인다.

적어도 힘에 있어서는 사람에 밀리지 않는 게 구미호다. 천년이나 살아온 만큼 어마어마한 힘과 파괴력을 지니고 있기에 그렇다. 그런데 지난 7월 5일 첫 방송된 KBS 2TV 납량미니시리즈 ‘구미호 여우누이뎐’에 나오는 구미호들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인간보다 나약한 구미호 모녀와 이들이 보여주는 따스한 모성은 구미호에 가졌던 편견을 한 번에 날려주기에 충분하다는 평이다. 반면 극에 등장하는 윤두수(장현성)와 양부인(김정난), 윤초옥(서신애) 등은 저마다 이기심에 눈이 어두워 연이(김유정)의 간을 노리고, 구미호(한은정)를 탐한다.   
특히 이번 드라마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구미호의 복수 방법이다. 자신의 딸을 잃게 된 구미호는 힘으로 이들을 제압하는 대신 인간과 똑같은 방식으로 윤두수 가족을 괴롭힌다.
지난 3일 방송분에서는 본격적인 복수극이 시작됐다. 기억을 잃은 것으로 위장한 구미호가 들짐승으로부터 윤두수를 구해주면서 다시금 그의 집에 들어가게 됐다. 그녀에 푹 빠진 두수는 양부인의 반발에도 “힘없고 가여운 여인”이라며 구미호를 두둔했다.
이에 양부인은 구미호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 “네 딸 연이는 들짐승에게 죽은 게 아니라 나으리 손에 죽었다. 기억이 되살아나지 않는다 해도 모든 사실을 알게 됐으니 더 이상 곁에 있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자결하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구미호가 반격을 가했다. 양부인을 납치해 온몸을 포박하고, 관 속에 쓰러져 있는 초옥을 보이며 협박한 것이다. 초옥에게 손을 댔다간 가만 두지 않겠다고 악을 쓰던 양부인은 “연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똑같이 갚아주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는 구미호의 일갈에 그제서야 용서를 빌었다.
이어 간신히 도망친 양부인이 두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그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였다. 포박된 자국을 보였음에도 “이젠 자해까지 하느냐”는 힐난을 들어야 했다. 그녀의 행동 모두가 두수에게는 투기일 뿐이었다. 구미호의 계략에 양부인이 제대로 말려들었다.
인간에 의해 끊임없이 괴롭힘 당하던 구미호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방식으로 복수를 꾀하자 시청자들은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반전 덕분인지 ‘구미호 여우누이뎐’은 자체최고시청률을 꾸준히 경신하면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4일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3일 방송된 ‘구미호 여우누이뎐’은 전국 기준 12.0%를 기록, 자체최고시청률을 또 다시 경신했다. 이는 2일 방송분(10.2%)보다도 1.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MBC '동이'와 SBS '자이언트' 등 대작 2편에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극 초반 아역 김유정과 서신애의 연기가 빛을 발했던 ‘구미호 여우누이뎐’은 중반을 넘어서며 한은정, 장현성, 윤희석 등 성인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눈길을 사로잡으며 호평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구미호 모녀가 윤두수 일가에게 어떤 방식으로 복수를 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rosecut@osen.co.kr
<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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