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암표가 안 되는 날이에요", "퇴근하자마자 환불하러 왔어요".
빅매치가 시작되기 직전에는 흔한 모습이 있다. 바로 실제보다 훨씬 싼 가격에 티켓을 구해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는 암표상들이다. 그러나 4일 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0'에는 이런 모습이 실종됐다.
일부 암표상은 현장 매표소를 돌아다니면서 호객 행위를 했지만 팬들의 관심을 모으지는 못했다. 스페인 대표팀 8인방을 비롯해 리오넬 메시의 출전 번복으로 실망한 팬들의 요구로 당일 환불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올스타전을 주최한 스포츠앤스토리는 환불을 요구하는 팬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환불을 결정했다.

▲ "오늘 경기는 암표가 안 되는 날이에요"
이런 상황에 당황한 것은 역시 대목을 기대했던 암표상들. 한 암표상은 "이번 경기는 시작부터 불안했어요. 티켓을 싸게 구입해 비싸게 팔아야 장사가 되는데 오늘 경기는 암표가 안 되는 날이에요. 당일 환불을 해주는 상황에서 우리한테 티켓을 싸게 넘기겠어요? 최소한 1만~2만 원에 티켓을 사야 3만 원에 팔 텐데 오늘은 입질도 없어요"라고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는 팬들도 가장 저렴한 티켓인 4등급(3만 원)을 구매할 뿐 암표상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 "올스타전 때문에 휴가를 냈지만 환불하러 왔어요"
오히려 가장 장사진을 이룬 쪽은 인터파크의 대행사가 마련한 환불처였다. 오후 4시부터 현장에 조그맣게 마련된 환불처에서는 일찌감치 환불을 원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스페인 대표선수들이 불참한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관전을 결정했던 이들은 메시까지 제대로 활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에 환불을 거세게 요구했다.
환불을 담당했던 측은 비교적 이른 시간인 6시까지 200여 장의 티켓 취소를 받아들였다. 인터파크의 한 관계자는 "이번 환불은 수수료 및 배송료 4000원 가량을 제외한 전액이 지급된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의 팬인 아들의 바람에 따라 1등급(11만 원) 티켓 2장을 예매했다는 한 팬은 "올스타전 때문에 휴가를 냈지만 환불하러 왔어요. 바르셀로나의 오만한 행동에 항의하겠다는 뜻입니다. 아들한테는 미안하네요"라고 말했다.
▲ "환불이 이어지면 좋은 자리가 나지 않을까요?"
그러나 환불 행진의 반대급부를 기대하는 팬들도 있었다. 다른 팬들보다 늦게 예매를 한 나머지 좋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던 팬들이 그 주인공. 이들은 현장 판매소에서 환불을 세심히 지켜본 뒤 좋은 자리를 취소하는 팬들에게는 직접 티켓 판매를 부탁하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왔다는 한 팬은 "이왕 어렵게 경기장에 왔으니 경기는 봐야죠. 그런데 환불하시는 분들이 좋은 자리를 가지신 분들이 많아서 환불 금액을 대신 드리고 티켓을 구입했습니다. 예정보다 좋은 자리에서 관전하니 기분이 좋네요"라고 미소를 지었다. 또 다른 팬도 "환불이 이어지면 좋은 자리가 나지 않을까요?"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stylelomo@osen.co.kr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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