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잠실구장. 두산 베어스가 롯데 자이언츠에 1-7로 패한 뒤 최준석(27)과 이원석(24), 김현수(22)가 김광수 수석코치와 함께 아직 조명빛이 남아있던 그라운드에 나왔다. 밀어치는 타격 연마를 위해 홈플레이트 근처로 모인 것.
세 타자는 공 한 상자를 모두 비우며 간이로 밀어치는 타격에 주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준석과 김현수는 클린업트리오로 자리를 굳히고 있었으나 이날 무안타에 그쳤고 안정된 3루 수비를 자랑하는 이원석도 이날 2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고개를 수그렸다.

시즌 초에는 부진하거나 타이밍이 안 맞았던 선수들이 경기 후 그라운드에서 간단한 스윙 연습을 하기도 했으나 한여름에 접어들면서 체력 관리 차 자제했던 행동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무안타 굴욕이 뼈아팠기 때문인지 라커룸에서의 소집을 마치고 곧바로 특타를 자청했다. 김 코치는 이들이 기특했던 모양인지 한 상자를 가득채운 공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 공을 올려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도 거포의 자존심이 있어서였을까. 연신 밀어치던 최준석은 막판 김현수가 올려준 두 개의 공을 좌측 관중석으로 연신 꽂아넣은 뒤 덕아웃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들은 다음날(4일) 롯데전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냈다.
'백미'는 최준석이었다. 오른쪽 서혜(사타구니) 통증으로 인해 결장한 김동주를 대신해 4번 지명타자로 나선 최준석은 1회 우중월 선제 결승 스리런에 3회 1타점 우익수 방면 2루타와 4회 우중월 쐐기 투런으로 4타수 3안타 2홈런 6타점 맹폭을 가했다. 최준석의 1경기 6타점은 지난해 6월 13일 대구 삼성전에 이어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타점 타이기록.
김현수도 2루타 두 개로 5타수 2안타를 올리며 다시 장타 본능을 과시했다. 특히 3회 중견수 키를 넘는 2루타는 다른 구장이었거나 이동식 담장이 설치된 잠실이었다면 홈런이 되었을 타구였다. 4회에는 밀어쳐서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때려내며 특타 효과가 있었음을 과시했다.
이날 6번 타자로 상향 배치된 이원석은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첫 타석에서 좌중간으로 당긴 안타를 때려냈으나 이후에는 중견수, 우익수 쪽으로 향하는 타구를 때려냈다. "부챗살 타법을 선보이겠다"라던 의욕을 현실화하려 노력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가장 화려한 활약을 펼치며 '특타 우등생'이자 영웅으로 꼽힌 최준석은 경기 후 "그 때 한 박스 다 친 것 같다. 최대한 힘을 빼고 편안하게 때려내라는 김 코치님의 지시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경기 후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노력을 기울인 다음날 결과가 좋았기 때문인지 표정도 밝았다.
지난 7월 29일 목동 넥센전서부터 3일 롯데전까지 경기 당 2.2점에 불과한 빈타로 허덕이던 두산 타선. 열대야 특타의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이들이 다음, 그 다음 경기까지 불방망이 열기를 이어갈 것인가.
farinell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