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부터 열린 퓨처스(2군) 올스타전은 스포트라이트에서 빗겨난 2군 선수들에게 커다란 동기부여가 된다. 첫 해에는 김광현(SK)을 비롯해 이현승(두산, 당시 현대), 박석민(삼성, 당시 상무), 채태인(삼성) 등이 퓨처스 올스타전에 출장했고 지금은 명실상부한 팀의 중심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채태인은 3년 전 3타수 3안타 1타점 활약을 펼치며 초대 최우수선수(MVP)로 꼽히기도. 그리고 이번에는 채태인의 바통을 이어받아 2회 MVP가 된 전준우(25. 롯데 자이언츠)가 새로운 '퓨처스 스타'로 거듭날 태세다.

경주고-건국대를 거쳐 지난 2008년 롯데에 입단한 전준우는 그 해 8월 17일 춘천 의암구장에서 열린 제2회 퓨처스 올스타전에 남부팀의 2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2회 만루홈런 포함 3타수 3안타 4타점을 올리며 12-2 대승에 기여, MVP로 뽑혔다. 경기 중간중간 비가 내리고 벌레가 많아 집중이 어려워 '올스타전'이라는 수식어가 민망할 정도의 환경이었음에도 그는 맹타를 터뜨리며 더 큰 미래를 예고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올 시즌. 전준우는 롯데 외야 한 자리를 꿰차며 79경기 2할8푼5리 10홈런 30타점 11도루(4일 현재)의 성적을 올리며 당당히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원래 포지션인 3루에서 '수비가 아쉽다'라는 평을 받았던 전준우였으나 외야 전향 후에는 나쁘지 않은 수비력까지 보여주는 중.
지난 4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전준우는 "10홈런을 축하한다"라는 말에 "안 더울 때 많이 쳐둔 덕분이지요"라며 머쓱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손아섭, 이승화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외야 한 자리를 꿰찬 선수의 이야기치고는 겸손한 어조였다.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인만큼 여름나기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밥을 많이 먹고 있어요".(웃음)
아직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전준우의 올 시즌 장타율은 4할6푼5리로 규정타석 선수들에 비교하면 전체 20위 권. 그동안 힘을 갖췄다는 평가는 자주 들어왔으나 경기력으로 이를 떨치지 못했던 전준우가 제 기량의 싹을 틔운데는 타격 자세의 변화가 큰 공헌을 했다.
타격폼 변화에 대해 묻자 전준우는 "힘을 장전하는 테이크 백 자세를 줄였다"라고 밝혔다. 양 손을 뒤로 향했다가 다시 앞으로 향하는 동작을 최대한 생략하면서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당겨 시원하게 앞으로 뻗는 스윙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
실제로 전준우의 올 시즌 삼진 당 볼넷 비율(BB/K, 18볼넷/51삼진)은 0.35에 불과하다. 아직 선구안이 만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으나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해서는 대처능력이 아쉽다는 증거 중 하나다. 그래도 공-수-주 여러면에서 보여주는 장점이 더욱 많기에 현재 '로이스터호'에서 중용받는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전준우다.
단계별로 점진적 성장 과정을 거치며 점차 팀의 주력으로 발돋움 중인 전준우. 지난 2년 간 2군이 익숙했던 전준우의 성장세는 선수 본인 뿐만 아니라 아직 잠재력만을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2군 선수들에게도 커다란 의미를 가져다 준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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