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의 '피홈런'과 지난해 안영명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8.06 10: 10

기록에 비해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보여주는 공'이 몰리는 바람에 상대에게 큼지막한 홈런을 허용하며 고개를 떨궜다. 임태훈(22. 두산 베어스)이 또다시 피홈런으로 인해 자신의 2연패를 당했다.
 
임태훈은 지난 5일 잠실 롯데전서 6이닝 4피안타(2피홈런, 탈삼진 4개, 사사구 2개) 3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시즌 8패(9승, 6일 현재)째를 떠안는 불운을 맛보았다.

 
타선 지원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불운도 있었으나 결국 피홈런의 몫은 투수 본인에게 돌아가게 마련. 직구와 싱킹 패스트볼을 1-1로 섞어던지며 주 투구 패턴으로 삼았던 임태훈은 5회까지 포크볼, 서클 체인지업을 총 5개 밖에 던지지 않았으나 이 중 2개가 홈런으로 연결되었다.
 
1회 임태훈의 초구 체인지업(116km)이 높게 눈높이에 맞게 날아들자 홍성흔은 주저하지 않고 시원하게 당겨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아치로 연결했고 이는 선제 결승포가 되었다. 4회 1사 2루에서는 볼카운트 1-2에서 4구 째 밋밋하게 몰린 포크볼(129km)이 이대호에게 걸려들어 좌측 폴대를 맞고 떨어지는 쐐기 투런으로 이어졌다. 두 개의 완급 조절용 변화구가 실투가 된 것이 뼈아팠다.
 
마치 지난 시즌 안영명(KIA, 당시 한화)의 모습과 비슷하다. 안영명 또한 데뷔 초기 한화 계투진의 핵으로 활약하다 지난 시즌 선발로 기회를 얻어 11승 8패의 성적을 올렸다. 140⅔이닝을 소화하며 생애 처음으로 규정이닝까지 돌파했고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은 1.37로 선발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무려 34개의 홈런을 내주며 평균 자책점 5.18을 기록했다.
 
안영명이 선발로 11승과 5점 대 평균 자책점을 동시에 기록한 데에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이끌고도 결정구로 꺼내든 구종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와이 전지훈련서 커브, 투심 등 계투로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공을 연마했던 안영명이었으나 2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로 확실한 제구가 되지 않은 것이 아쉬웠고 이는 잦은 피홈런의 결과로 이어진 바 있다.
 
올 시즌 선발로서 임태훈이 기록 중인 성적도 세부 사항으로 봤을 때는 나쁘지 않다. WHIP이 1.34에 피안타율은 2할6푼2리지만 20개의 홈런(선발 등판 시)을 내주며 선발 평균 자책점은 5.69로 치솟았다. 계투로 기록한 2개의 피홈런까지 포함하면 8개 구단 전체 투수 중 1위의 불명예다.
 
이는 계투로 익숙했던 임태훈의 느린 변화구 구사능력이 탁월한 편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순철 MBC ESPN 해설위원은 투수들의 투구 자평에 아쉬움을 감추면서 임태훈이 확실한 변화구를 갖춰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투수들은 자신에게 '몇 개의 구종을 구사하는가'라고 물어보면 여러가지 구종을 설명한다. 그러나 정작 경기를 지켜보면 확실한 구질은 1,2개에 그친다.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그저 '보여주는 공'은 큰 의미가 없다. 임태훈도 계투 시절 직구-슬라이더 위주 투구에서 더 확실한 구종을 선보여야 선발로 제 위력을 떨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임태훈은 켈빈 히메네스로부터 싱킹 패스트볼을 전수받아 구사 중으로 그 움직임은 직구와 2~3km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좋은 편이다. 그러나 지금의 임태훈은 계투핵이 아닌 4선발 보직에 있다. 단순한 투구 패턴이 아니라 낮게 스멀스멀 떨어지는 변화구로 타자의 방망이를 끌어낼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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