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는 화장실만 찾는 고난의 행군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0.08.06 10: 19

[해우소한의원 한방 칼럼] 본격적인 여름휴가철 기간이다. 가기 전 일주일 동안 마냥 설레고, 다녀와 일주일 동안 달콤한 휴식의 추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일상. 작년 이맘때쯤 같이 일하던 직원이 휴가를 다녀온 뒤 회식에서 한번 더 휴가를 보내주면 안되냐고 했던 말이 새삼 떠오른다.
그런데 마냥 즐거워야 할 여름휴가 동안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들은 불행을 뱃속에 안고 휴가기간 내내 고난의 행군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고난은 휴가를 떠나는 첫날부터 시작된다. 이는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가리지 않고 산과 들, 강과 바다 장소도 상관없다. 리조트 콘도든 시원한 휴양림에서의 캠핑이든 공간을 불문하고 변비와 설사의 증상을 동시에 나타낸다. 
지난 주 내원한 한 환자가 생각난다. 가족과 함께 요즘 유행인 오토캠핑을 떠난다고 했는데, 출발할 때부터 걱정이라고 했다. 먼저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뱃속의 상황은 생각만 해도 미칠 것이다. 아랫배에서 뭐가 쿡쿡 쑤시는 것 같은 통증과 함께 당장이라도 해결하지 못하면 터져 버릴 것 같은(?) 설사의 압박. 눈앞에 보이는 휴게소마다 무조건 멈춰서다 보면 계획한 시간을 훌쩍 넘어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문제다. 캠핑을 하려고 텐트를 치고 주변을 정리하는데 화장실은 캠핑장 저 끝에 있기 마련. 화장실에 가서도 무더위만을 고스란히 느끼고 오면 차라리 감사할 듯하다. 아직까지 의식이 후진국 같은 화장실 사용 문화를 겪을까 시작 전부터 공포다. 그렇다고 안 갈수도 없을 테고, 이렇게 어찌어찌해 휴가를 마쳤다고 치자. 짐을 챙기는 순간부터 다시 고속도로의 악몽이 재현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다.
한의원이 끝날 시간이라 다음 환자가 없어 이 환자와 이런 얘기로 30분을 넘게 시간을 보냈었다. 얘기를 듣다 보니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의 휴가는 정말 휴가가 아니라 ‘고난의 행군’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잘 떠났는지 모르겠다. 나름대로 그때 그때 버틸 수 있는 응급 처방과 대처 요령 등을 알려줬는데, 서울에서 강릉까지 8시간 걸린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니 그 환자 생각이 절로 난다. 2년간 벼르면서 캠핑 장비를 구하고 떠나는 휴가라고 하여 더욱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환자가 여름휴가 무사히 다녀오길 바라는 마음이 든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질병은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치료를 미루게 되면 이렇게 무시무시한 고통을 낳게 되므로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전문의와 상담 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글 : 서초구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
[OSEN=생활경제팀]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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