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이 있는 볼을 던져라".
평소보다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었다. 꼭 꼬집어 설명할 수는 없어도 SK 와이번스 김광현(22)의 시즌 13번째 승리는 종전 피칭과 분명한 차이가 느껴졌다. 표정부터 피칭까지 안정적이라는 인상이 느껴졌다.
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홈경기에 선발로 나선 김광현은 7이닝 동안 4피안타 3볼넷 1사구 7탈삼진으로 무실점했다. 총 투구수는 113개였고 직구는 최고 148km까지 찍었다.

김광현은 지난달 13일 문학 한화전 이후 챙기지 못하고 있던 승리를 챙겼다. 뿐만 아니라 앞선 2번의 경기에서 빠졌던 연패까지 마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난 6월 20일 문학 KIA전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해냈다.
이에 김광현은 "기술적으로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면서도 "감독님께 1시간 30분 동안 혼이 났다"고 살짝 미소를 보였다.
불과 사흘 전인 지난 3일. 김광현은 삼성과의 대구 원정 3연전을 앞두고 김 감독의 호텔방 문을 두드렸다. 홈인 인천으로 먼저 올라가 6일 넥센전 등판 준비를 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김광현은 짐을 챙긴 후 인사차 김 감독을 찾은 것이다.
그런데 서서 김 감독으로부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1시간 반이 훌쩍 지나 버린 것이다.
김 감독은 김광현에게 "뜻이 있는 볼을 던져라"라고 알듯 모를 듯한 조언을 했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다 보니 말이 길어진 것이다. 거의 대부분 투수가 갖춰야 할 덕목이었다. 마운드에서의 얼굴 표정부터 마음가짐, 완급을 조절하는 방법, 포수 미트를 보고 던지지 말고 타자를 보고 던져야 한다 등 폭넓고도 세세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김광현은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을 '공을 던지고 난 후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결과를 먼저 생각하고 던지라'는 것으로 알아들었다"면서 "감독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을 다 실천해 보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말씀을 따르기 위해 노력했다. 그 모습을 감독님도 보셨을 것 같다"고 차분하게 밝혔다.
김 감독도 김광현의 피칭에 대해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김광현이 프로가 된 후 마운드에서 보여준 매너는 오늘(6일)이 최고였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은 김 감독은 "처음이었는데 당장 소화 이닝이 길어졌다. 김광현은 프로다. 투수라면 마운드에서 속 표정을 쉽게 드러내서는 안된다. 이제 차분해져야 할 때가 됐다. 아직 고쳐야 할 것이 많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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