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했으면 기록원이 '정상 참작'으로 비자책 기록을 주었을까. 두산 베어스가 1선발 켈빈 히메네스를 출격시키고도 타선 부진과 결정적 수비 실책으로 뼈아픈 패배를 맛보았다.
두산은 지난 7일 군산 월명구장에서 벌어진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선발 히메네스의 분투에도 불구, 8회 김상현에게 우월 결승 만루포를 얻어맞으며 2-6으로 패했다. 이날 경기서 히메네스는 113개의 공을 던지며 7⅓이닝 4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5개) 6실점 비자책 투구로 시즌 4패(12승, 8일 현재)째를 떠안았다.

1회말 연속 볼넷 허용에 포수 양의지의 송구 실책으로 3회까지 '노히트 원런' 투구를 하던 히메네스는 8회 팀이 상대 수비 실수에 편승한 이두환의 1타점 중전 안타로 2-1 리드를 잡는 행운을 얻었다. 그러나 이원석의 수비 실책과 오재원의 야수선택으로 더 큰 불운을 맞이하며 고개를 떨궜다.
사실 야수선택에 기인한 실점은 투수의 자책점으로 포함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날 기록원들은 수비 실수가 아니었다면 히메네스의 실점이 6점까지 치솟지 않았을 것이라는 임의적 판단 하에 비자책 기록을 주었다. 승리 투수를 지정하기 애매한 상황에서 5회 이전 강판했음에도 효과적 투구를 펼친 투수에게 승리 요건을 부여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임의적 판단이 적용된 것.
두산 선발진이 지난 시즌에 비해 확실히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도미니카 윈터리그 최고 계투 요원이던 히메네스가 역대 최고급 싱킹 패스트볼을 구사하며 12승을 거뒀고 '써니' 김선우도 11승을 올리며 국내 투수진 맏형 답게 활약 중이다. '초보 선발' 임태훈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으나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고 정재훈-고창성-이용찬이 주축이 된 계투진은 두말할 나위 없는 활약을 펼치는 중.
그러나 이번에는 '웅담 타선'이 김경문 감독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8월 들어 두산은 지난 4일 잠실 롯데전에서 13점을 뽑은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5경기에서 경기 당 4점 이상의 점수를 뽑지 못했다. 투수들이 3점 이하로 상대 타선을 묶지 않는 한 절대 이길 수 없는 모습.
주포 김동주가 군대에서나 볼 법한 봉와직염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여파도 있지만 올 시즌 김동주의 득점권 타율은 2할4푼4리에 그쳤다. 클러치 능력을 갖춘 주포로 명성을 떨친 김동주는 1차 스탯으로 예년과 비슷한 성적을 올리고 있으나 유독 득점 상황에서 제 몫을 보여주지 못하며 아쉬움을 비췄다.
최준석-이성열의 타순이 하나씩 상향되면서 새 클린업트리오가 구성되었으나 이들의 활약에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 최준석은 7일 경기에서 2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자신 앞에 펼쳐진 찬스를 살려내지 못했다. 이성열은 3경기 째 무안타로 침묵하며 7일 경기 초반 일찌감치 고영민으로 교체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최근 컨택 능력을 회복 중인 김현수와 주장 손시헌 정도를 제외하면 전체적인 타선 하향세가 뚜렷하기 때문에 감독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투수가 경기를 만들고 타선 파괴력으로 우승에 도전한다"라며 시즌 전 목소리를 높였던 김 감독이기에 최근 엇갈린 투-타 밸런스가 더 뼈아플 수 밖에 없다.
"후반기는 1경기, 1경기가 시즌 성적을 향한 분기점이다. 그래서 앞으로 벌어질 모든 경기들을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다". 후반기 승부처에 돌입한 현 상황에서 점점 선두권 도약을 향한 일말의 가능성이 끊어지고 있는 만큼 김 감독의 씁쓸함은 날로 더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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