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네요. 더워. 여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부산 아이파크가 힘겨운 여름나기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힘든 시기이지만 올해는 30도를 훌쩍 넘기는 무더위에 여러 가지 악재까지 겹쳤다는 전언입니다. 부산 관계자들이 어떤 일에 힘들어하는지 정리해봤습니다.
#1 "잔디가 녹았어요"

프로 선수들의 특혜 중 하나는 파란 잔디가 펼쳐진 축구장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잔디 관리자가 따로 있을 정도로 구단들도 신경을 쓰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부산에서 뛰는 선수들 그리고 부산으로 원정을 온 선수들은 그런 부분에 불만이 가득합니다. 아직 겨울도 아닌데 잔디 때깔이 노랗게 물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나가던 경기 감독관이 "아니 오늘 잔디가 왜 이래요?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라고 할 정도였다니 그 상태를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산 직원들은 억울할 뿐입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행사장으로 전용된 축구장의 잔디를 겨우 살려놨더니 잦은 경기 일정으로 잔디가 버티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여기에 잔디도 더위를 타는지 유행병이 돌면서 잔디가 녹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부산의 한 직원은 "'잔디가 녹았어요'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네요"라고 허탈한 미소를 짓고 말았습니다.
#2 "에어컨이요? 설치는 해놨는데..."
부산의 또 다른 고민은 '에어컨'입니다. 무더운 날씨에 가만히 있어도 구슬땀이 흐르는 상황에서 에어컨의 가동은 필수입니다. 그런데 부산에서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부산 직원들의 표현을 빌린다면 "실내보다는 복도가 시원하고, 복도보다는 관중석이 시원합니다"이니 충분히 상상이 갑니다. 실제로 지난 8일 경남 FC와 홈경기에서는 관중석이 가장 시원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부산에도 에어컨은 설치되어 있다는 겁니다. 무려(?) 3대나 설치됐다는데 가동은 하지 못하니 부산 직원들도 발을 동동 구릅니다. 부산 직원들은 "에어컨이요? 설치는 해놨는데 전력 문제로 가동은 꿈도 못 꿔요. 만약 에어컨을 돌리다가 조명탑이 꺼진다거나 음향 설비가 멈춘다면 난리가 날겁니다.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장에 들어간 황선홍 감독님이 땀을 흘리시는데 정말 송구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고 호소했습니다.
#3 "휴가철이라..."
본격적인 휴가철에 돌입한 것도 부산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열심히 뛰어다니지만 휴가를 떠난 관중은 좀처럼 돌아올 줄을 모르니까요. 노력에 비해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만큼 답답한 일이 있을까요. 더군다나 부산에는 '해운대'라는 여름 최고의 휴양지가 있어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욱 크다고 합니다.
부산의 프런트로 첫 여름을 보내고 있는 한 직원은 "해운대를 찾는 사람들이 딱 절반만 경기장으로 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직원의 복장을 터지게 만드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7월 말에 부산에서 처음으로 휴가를 다녀왔다는 또 다른 직원인데 해운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네요. 이 직원은 "왜 해운대가 최고인지는 지하철역만 나가봐도 압니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stylelomo@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