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의 "투수가 없다"는 말에 대한 다양한 해석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0.08.09 10: 04

"투수가 없다".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SK 와이번스다. 그렇지만 SK의 사령탑 김성근(68) 감독은 투수가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9일 현재 SK 마운드는 3.82로 팀평균자책점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선발이 3.53, 불펜진이 4.20을 기록하고 있다. 선발로는 김광현과 카도쿠라가 각각 13승과 12승으로 다승 3위와 공동 4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자책점에서도 김광현과 카도쿠라가 2위(2.36)와 3위(2.98)에 올라 있다.

중간 역시 정우람이 두산 정재훈(19홀드)과 고창성(18홀드)에 이어 15홀드로 이 부문 3위에 올라 있고 '작은' 이승호는 20세이브로 두산 이용찬(23세이브)에 이어 마무리 부문 2위에 랭크돼 있다. 여기에 '여왕벌' 정대현까지 합하면 무시무시한 SK 불펜진이 형성되는 셈이다.
그런 만큼 김 감독의 "투수가 없다"는 말은 여러 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다른 구단에는 배부른 소리로도 들릴 수 있다.
▲정말 투수가 없다
여느 감독도 최악을 염두에 두지만 김 감독은 최악의 최악까지 치밀하게 계획을 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잘해 주고 있는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을 경우에도 담담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이를 위해 마무리 훈련과 스프링캠프에서의 훈련을 혹독하면서도 대규모로 벌이고 있다. 주력 선수들에게는 좀더 많은 휴식을 주는 대신 1.5군과 2군 선수들 발굴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한 시즌 동안 쓸 수 있는 선수 규모를 추리는 작업도 이 때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김 감독의 눈에 차는 선수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감독은 "김광현이 없다고 생각해 보라. SK에는 믿을 만한 선발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카도쿠라는 시즌 초반 7연승 행진을 벌였지만 이후 체력과 구위가 저하되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최근 다시 좋아지고 있는 상태지만 '일관성'에서 부족하다. 글로버 역시 작년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최근 김 감독은 글로버에 보여주던 무한 신뢰를 거둬들인 상태다. 송은범은 어깨가 아파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해 불펜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전병두, 고효준, 엄정욱은 여전히 '롤러코스터 피칭'에 대한 인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양이 아니라 질이다
투수들의 질(質)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SK에는 다른 구단과 마찬가지로 많은 유망주들이 있다. LG로 트레이드 된 박현준과 김선규를 비롯해 제춘모, 지훈, 여건욱, 문광은, 임성헌, 이한진, 윤희상, 최원재, 박희수 등이 작년부터 1군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베테랑인 가득염과 '큰' 이승호, 전준호가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선수만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1군에서 쓸 수 있는 투수가 있어야 한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알아야 하고 꾸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벽주의자다운 김 감독의 야구관이 잘 투영된 말이다. 그렇지만 이는 1군과 2군 사이에 존재하는 실력차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김 감독은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피안타율까지 보여주면서 "제구력이 없는 투수가 너무 많다. 또 지는 경기에서 잘 던져 줄 수 있는 투수가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한마디로 패전투수라도 컨트롤이 좋아야 하고 이를 통해 불펜진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긴장의 끈 놓지 마라
스스로와 팀, 구단에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SK 마운드는 특별할 것이 없다"고 말하면서 "그 만큼 투수들 한 명 한 명의 데이터와 특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어떻게 운영할지 나온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이는 가끔 경기에서 패한 후 "투수 교체 미스" 혹은 "벤치 미스"라고 말하는 김 감독의 경기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김 감독은 SK 투수들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이를 상대 타자와 어떻게 접목시켜야 최고의 효과를 거둘지 매번 연구한다. 이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것이 다반사다. 최근에는 수면제까지 복용했다.
결국 김 감독 스스로 순간순간 집중하지 않으면 투수 교체타이밍을 놓치게 되고 이는 곧 패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종종 농담조로 "나만 잘하면 된다", "내가 못해서 졌다"고 말하지만 이는 김 감독 스스로에게 보내는 신념이면서도 항상 깨어있으려는 노력이다.
또 선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기존 1군 선수들에게는 "안주하지 말라"는 채찍의 의미로, 2군 선수들에게는 "도전하라"는 격려의 뜻이다. 이를 통해 선수단 전체에 긴장을 조성, 정신적인 무장을 통해 도미노식 이탈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구단에는 언제나 팀 전력의 핵심인 마운드의 수급에 노력해 달라는 뜻이기도 하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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