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 두른 팬덤, 강하고 독하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0.08.10 08: 04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스타와 팬, 그리고 연예기획사의 3각 관계가 기묘한 구도로 바뀌어 가고 있다. 집단을 이루고 조직화된 팬덤이 새로운 권력으로 급부상하는 구도다.
 과거 스타와 팬의 사이는 한 쪽에서 주면 다른 한 쪽은 일방적으로 받는 관계였다. 톱스타를 보유한 기획사들은 적당히 팬들을 아우르고 구슬리는 것으로 이른바 '팬 관리'를 했다.
그러던 팬덤 문화가 2000년대 이후 180도 달라졌다. 특정 아이돌과 연예인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팬클럽 스타일은 그대로지만 그 활동이나 결성 방식은 하늘과 땅 차이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이 팬클럽의 성격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이제 대다수 팬클럽들은 정당 조직마냥 전국 어디에나 손쉽게 지부를 설치하며 연락 체계도 광속 인터넷을 따라 빠르고 간결하다. 오히려 수뇌부의 결정에 따라 척척 움직이는 의사결정 구조는 기존의 어느 조직들도 따라하기 힘들 정도다.
조직화된 팬덤, 디워 800만을 모았다
 실례로 이같은 팬클럽 조직이 가장 큰 힘을 발휘했던 사례는 심형래 감독과 그의 영화 '디워'를 통해서다. 지난 2007년 여름 몇몇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사실상 심 감독의 팬클럽 역할을 대체했다. 전국 시도 단위별로 지부가 만들어졌고, 가입과 활동도 인터넷 상에서 활발하게 이뤘졌다. '우뢰매' 시절부터 심 감독의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디 워' 관련 기사나 평론에 수천개의 댓글을 올리고 자신의 블로그에 리뷰를 직접 쓰며 영화 평점에 동참하는 등 이들의 일사불란한 행동으로 '디 워'는 개봉 초반 바람몰이에 성공했다. 최종 스코어는 전국 800만명 관객을 동원해 2007년 최다관객을 기록하는 대성과를 거뒀다. 심형래 감독의 팬클럽과 '디 워'라는 영화 커뮤니티의 구분선이 애매모호해 진 것도 새로운 경향이다.
영화에서 '디 워' 바람이 불었다면 TV는 각 프로별 팬클럽이 대거 탄생했다. 최고 인기 예능 프로로 자리잡은 MBC '무한도전'은 '디 워'에 못지않은 팬클럽 스타일의 마니아들을 보유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KBS '1박2일' 등도 각각의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어 인터넷 상에서는 각자 좋아하는 프로에 따라 연일 설전과 댓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팬덤이 강해지다보니 소속사가 쩔쩔매는 상황까지 자주 발생하는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거대 기획사 JYP가 소속 아이돌 그룹인 2PM의 재범을 탈퇴시키는 과정에서 팬들과 마찰을 빚었던 과정이다. 재범 팬들의 강력한 시위 앞에 JYP는 2PM멤버와 소속사 사장까지 나선 청문회까지 개최했고 아직도 후유증을 떨치지 못했다. 동방신기 사태 때의 SM도 막강한 팬덤 앞에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또 파워를 과시하는 만큼 대외 활동에도 적극적인 게 요즘 팬덤의 특징이다. 언론사 등에 직접 음식물과 선물을 배달하고 기자들에게 보도자료성 이메일을 집중적으로 보내는 홍보일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일부 팬클럽의 경우 연예기획사보다 뛰어난 업무 처리 능력과 압박 수단을 갖춘 수준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활동하는 2000년대 팬덤 문화
이밖에 온라인을 앞세운 2000년대 팬덤은 여러가지 강점들을 갖고 있다. 첫째 이합집산에 능하다는 것이다. 어제의 아군이 오늘의 적으로 탈바꿈하는 현상을 수시로 목격할 수 있다. 둘째 남녀노소의 성별이나 세대간 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이제 '소녀시대'의 아저씨 팬클럽이나 이승기 김남길 등의 아줌마 응원단은 얘깃거리도 아니다.
 
또 한류 붐이 일면서 대외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스타들은 인터넷이라는 기술의 힘을 빌려 해외 팬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한류 스타와 각종 프로들의 공식 홈페이지가 이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미니홈피 등의 개인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도 큰 힘을 보태는 중이다.
채팅도 스타와 팬의 관계를 진보하게 만든 중요한 수단이다. 인터넷이 설치돼 있는 곳이면 언제 어디서든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애용된다. 요즘은 채팅을 통해 스타와 팬이 만남의 자리를 갖기도 한다. 비록 가상공간 속에서의 만남이지만 채팅이 생긴 이후 이전보다 더 많이, 훨씬 더 수월하게 스타를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만은 분명하다.
[엔터테인먼트팀 부장]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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