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가 세이브왕이 되도록 밀어줘야죠".
SK 원조 마무리 '여왕벌' 정대현(32)이 올 시즌 클로저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작은' 이승호(29)에 대한 서포터를 자청하고 나섰다.
10일 LG와의 홈경기가 우천으로 순연된 문학구장. 이승호와 나란하게 앉아 있던 정대현은 "남은 경기는 이승호에게 마무리 타이틀을 밀어주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군상상고 직속 선후배 사이인 둘의 남다른 애정이 느껴지는 말이기도 하다.

정대현은 올 시즌 5월이 돼서야 합류했다. 지난 시즌 후 고질적인 통증을 유발하던 왼쪽 무릎에 대한 재활을 마치고 복귀한 것이다.
2007시즌(27세이브)과 2008시즌(20세이브) 2년 연속 팀 붙박이 마무리로 활약했던 정대현의 합류는 '극강' SK 불펜진의 완성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대현의 보직은 마무리가 아닌 중간 투수다. 심적인 부담이 확실하게 줄었다. 시즌 시작부터 마무리로 나서고 있는 이승호 덕분이다.
이승호는 이미 지난 시즌부터 정대현의 올 시즌 초반 전력 이탈에 대비해 마무리 수업을 진행했다. 처음 중간투수로 풀시즌을 보냈던 이승호 스스로도 "선발 욕심을 버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중간에서 빠져 버리면 마운드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선발이든 불펜이든 보직에 상관없이 마운드에 서겠다고 말했다.

이런 이승호를 바라보는 정대현의 눈에는 미안함이 가득하다. "나보다 훨씬 낫다"고 이승호를 치켜세우는 정대현이다. 하지만 자신의 부상 공백 때문에 선발로 나서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평소 아끼던 후배이자 캐치볼 단짝이 긴 재활을 마치자마자 매일 불펜에 대기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내년 시즌을 마치면 나란히 함께 프리에이전트(FA)로 풀리는 만큼 계속 함께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이렇듯 정대현의 이승호 세이브왕 밀기 발언은 이승호에 앞서 나설 경우 최대한 무실점으로 편한 가운데 마운드를 넘기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실제로 정대현은 벌써 33경기에서 등판, 1승 4세이브를 기록했다. 30⅓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은 0.30에 불과하다. 지난달 20일 목동 넥센전에서 내준 1실점이 유일하다.
물론 정대현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SK 김성근 감독은 자신만의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정대현, 정우람, 이승호를 다양하게 기용하기 때문이다.
이승호는 10일 현재 20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1위 두산 이용찬(23세이브)에 이은 2위.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승호 역시 "30세이브가 목표다. 조금씩 욕심이 난다"고 목표를 설정했다. 정대현의 바람대로 이승호가 세이브 타이틀을 차지할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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