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LG 트윈스 신예 기대주 투수들에게 본받아야할 투구가 나왔다. 투수에서 타자로, 또 타자에서 투수로 야구 인생 유전을 경험한 김광삼(30)이 선후배 투수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제공했다.
김광삼은 11일 인천 문학구장 SK 와이번스전서 6.2이닝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투구는 현재 LG 투수들이 해야할 모습이었다. 초반 컨트롤이 흔들리고 연속으로 빗맞은 안타로 4실점하며 부진했으나 이후 오기가 서린 근성 있는 투구는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비록 패전이 됐지만 LG 후배 기대주 투수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될만한 투구였다.
김광삼은 1회 3실점하는 과정에서 빗맞은 안타를 내준 SK 중심타자들인 박경완과 박정권에게 2회 연속 몸에 맞는 볼을 내보내 2사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후속 최정을 범타 처리하며 넘긴 후에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연속 몸에 맞는 볼로 잠시 긴장관계가 조성되기도 했지만 김광삼은 흔들리지 않고 마운드를 지켰다.

마치 ‘이 경기는 내가 책임진다’는 자세였다. 초반 4실점으로 힘든 경기가 예상됐지만 다른 동료 투수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사실 선발 투수가 경기 초반에 무기력하게 무너지면 불펜 투수들에게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이긴다는 보장도 없는 경기서 불펜 투수들은 추가 실점을 막기 위해 긴 이닝을 던져야 하지만 신나는 일은 아니다. 이런 경기서는 등판 피로도도 높아 다음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광삼이기에 초반 실점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을 발휘, ‘이닝 이터’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7회 2사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불펜 투수들이 더운 여름날 진땀 흘리며 헛품 파는 것을 막아줬다.
사실 김광삼의 이날과 같은 투구는 LG 투수들에게 절실한 것이다. 에이스 봉중근을 제외한 대부분 선발 투수들이 초반에 실점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 것이 올 시즌 LG 선발진의 모습이었다. 박종훈 감독은 “선발 투수가 1회 공 30개를 던지니...”라며 안타까워한 것이 LG 마운드의 현주소였다.
게다가 LG 투수들은 한 번 맞으면 도망가는 피칭이 계속됐다. 한 번 붙어보겠다는 투구보다는 겁내고 도망가는 모습이었다. 특히 신예 투수들의 모습이 그러했다. 하나같이 고교 시절에는 기대주로 각광받던 투수들이 프로 마운드에서 겁먹고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했다. 그래서 신예 투수들의 성장이 더딘 팀이 LG가 됐다.
이런 답답한 현실에 김광삼의 이날 투구는 LG 신예 투수들의 ‘교본’이 되기에 충분했다. 남다른 야구 인생 길을 걷은 투수로서 기필코 성공하겠다는 각오인 김광삼은 지난 4일 KIA전서 0-5로 뒤진 상황에서 구원등판, 3.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11-5로 역전승을 거두며 5연패에서 탈출하는데 기여했다. 당시 전날 김광삼은 선발 등판에서 부진한 투구로 조기강판한데 대한 미안함을 드러내며 이날 투구 기회를 준 코칭스태프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김광삼의 ‘절박함’과 ‘승부근성’은 착하기만 한 LG의 어린 후배 기대주 투수들이 배워야할 부분이다. 그래야만 LG가 더 이상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현재에 충실해질 것이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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