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고창성, 두산의 진정한 '믿을맨'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8.12 09: 51

계투는 체력부담이 극심한 자리다. 급박한 순간에는 '5분 대기조'로 빠르게 몸을 푼 뒤 마운드에 나서야 하는 만큼 출장이 없을 때 불펜에서 몸을 풀다가 다시 들어가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 올 시즌 나란히 홀드 1,2위를 달리고 있는 정재훈(30), 고창성(26. 이상 두산 베어스)의 활약은 그만큼 높이 살 만하다.
 
지난해 초반 선발로 나섰으나 어깨 통증으로 인해 다시 계투보직으로 돌아가게 된 정재훈은 올 시즌 19홀드로 1위(11일 현재)를 달리는 동시에 6승 3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1.97을 기록하며 마무리 시절에 이어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또한 지난해 야구인들이 선정한 신인왕(일구회 신인상)에 빛나는 고창성도 18홀드(2위)를 기록한 동시에 3승 3패 평균 자책점 3.38에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0.98로 제 몫을 톡톡히 하는 중.

 
특히 지난해 승리 계투로 함께 활약하며 롱릴리프-셋업맨 노릇을 하던 임태훈이 허리 통증 등으로 인해 선발로 전향한 시점임을 감안하면 정재훈과 고창성의 활약상은 더욱 남다르다. 체력 부담이 만만치 않음에도 묵묵히 제 몫을 하고 있기 때문.
 
▲ 정재훈, '타이틀'보다는 '팀 승리'가 더 중요
 
2005시즌 초보 마무리로 30세이브를 올리며 구원왕 타이틀을 석권한 이래 3시즌 반 동안 111세이브로 두산의 뒷문을 지킨 정재훈. 지난 2년 간 정재훈의 보직 이동은 변화무쌍했다.
 
2008시즌 전반기 18세이브를 올렸으나 평균 자책점 4.88에 5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우려를 낳았던 정재훈. 그는 베이징올림픽 휴식기 동안 2군에서 선발수업을 쌓은 뒤 후반기 8차례 등판해 1승 1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1.42의 호성적을 올렸다. 그리고 이듬해 개막 2선발로 시즌 스타트를 끊었다.
 
마무리로 뛰던 시절 "선발로도 기회를 얻고 싶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했고 김경문 감독도 "고생한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라는 차원에서 주어진 선발 보직. 그러나 정재훈은 선발 11경기서 4승 3패 평균 자책점 5.14로 아쉬움을 남겼다. 투구 내용은 기록보다 좋은 편이었으나 1회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고 6월에는 어깨 통증으로 인해 한 달 넘게 1군에 출장하지 못했다.
 
올 시즌 개막 전만 하더라도 정재훈에 대한 팀의 전망은 유동적이었다. 미야자키 전지훈련 초반에는 5선발 후보로 놓였으나 마무리 이용찬이 훈련 도중 경미한 갈비뼈 부상을 입는 바람에 마무리 후보로도 꼽혔다. 결국 시범경기 시작과 함께 정재훈의 보직은 선발로 이동한 이재우의 기존 역할을 맡는 것으로 결론 지어졌다. 현재 홀드 타이틀을 향해 가장 앞서 있는 정재훈의 보직 결정에는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 와중에서도 정재훈의 활약상은 남다르다. 5월 하순부터 6월 초반까지 어깨 통증으로 인해 1군 엔트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던 것을 제외하면 시즌 내내 안정된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0km대 초반이지만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찌르는 절묘한 제구력과 포크볼의 움직임이 좋아 상대 타선을 요리하기 안성맞춤. 지난 8일 군산 KIA전에서는 5-5로 맞선 긴박한 순간 2⅔이닝 노히트(탈삼진 5개) 투구로 승리 투수가 되었다.
 
정작 선수 본인은 타이틀 욕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여러 보직을 거친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며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 열심히 하다보면 타이틀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욕심내거나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라는 것이 올 시즌 호조에 대한 정재훈 스스로의 이야기다.
 
▲ 고창성, 유순한 인상 속 담긴 '신념'
 
지난해 고창성은 64경기에 출장해 5승 2패 16홀드(2위) 1세이브 평균 자책점 1.95의 성적을 올리며 팀 동료 이용찬, 홍상삼과 함께 신인왕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비록 구원왕 타이틀(26세이브)을 거머쥔 동료 이용찬에게 타이틀을 양보해야 했지만 내실 면에 있어서는 고창성의 활약이 더욱 눈부셨다는 것이 팬들과 현장 관계자들의 이야기였다. 지난해 야구인들이 뽑은 신인왕 타이틀인 일구회 신인상의 주인공이 바로 고창성.
 
숫자 상 3년차지만 실질적으로는 풀타임 2년 째를 맞는 올 시즌 고창성은 '2년차 징크스'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중. 비록 6개의 홈런을 허용하며 평균 자책점이 3.38로 많이 올라가기는 했으나 WHIP 0.98의 기록으로 제구 면에서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올 시즌은 고창성에게 더없이 중요한 한 해다. 바로 시즌이 끝난 후 오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때문. 야구선수에게 더없이 귀중한 병역 특례가 달린 국제대회인만큼 1984년생인 고창성에게도 마지막 남은 기회임에 틀림없다.
 
예비엔트리 60인 명단 중 잠수함 투수는 고창성과 함께 정대현(SK), 손영민(KIA)까지 3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미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부터 국제대회에서의 위력을 검증받은 정대현의 승선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 하에 고창성이 대표팀 최종 22인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려면 경쟁자 손영민에 비해 한층 우월한 성적을 올려야 한다. 손영민의 올 시즌 성적은 3승 14홀드 평균 자책점 4.45.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 만약 누군가와 대표팀 승선을 놓고 경쟁을 한다면 손영민과 치열한 각축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고창성의 생각이 현재까지는 맞아 떨어지고 있다. 약 10달이 지난 후 고창성에게 그에 대해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의식하면 오히려 좋은 결과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당장의 경기에 충실하면서 팀이 최대한 오를 수 있는 고지에까지 견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혼자 바라기보다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 속에서 당장의 성과를 올려 팀에 공헌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난 11일 잠실 넥센전서 고창성은 4-4 동점을 허용한 마무리 이용찬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⅓이닝 무실점으로 행운의 구원승을 수확했다. 최근 5경기에서 1승 1홀드 평균 자책점 1.93으로 호투 중인 고창성은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원하는 목표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다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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