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투수들에게 선발은 로망이다”.
김시진(52)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올 시즌 최고의 투수 조련사로 각광받고 있다. 비록 팀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젊고 싱싱한 어깨들을 대거 키워내는 수확을 거두고 있다. 차세대 에이스로 떠오른 우완 신예 고원준(20)을 비롯해 역시 우완 투수들인 김성태(28), 김성현(21) 등을 올 시즌 한 꺼번에 A급 선발 투수로 성장시켰다.

장원삼(삼성), 이현승(두산), 마일영(한화) 등 지난 해까지 ‘좌완 트리오’로 넥센 선발 마운드를 지켰던 이들이 한꺼번에 빠져 나간 자리를 이들 신예 기대주들로 단단하게 채운 것이다.
그러니 김시진 감독의 ‘투수 키우기’가 야구계의 최대 화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타구단 감독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고 있다.
물론 팀이 하위권에 머무는 탓에 리빌딩을 하며 신예들에게 기회를 많이 준 것이 지금의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 자타의 분석이다. 그래도 선발 투수 한 명 키워내기도 어려운 판에 3명씩이나 수확한 것은 분명 김시진 감독만의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 감독은 이런 평가에 대해 "선수들이 열심히한 결과"라며 한 발 물러선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선발 투수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감독은 “모든 투수들에게 선발 투수는 꿈이다. 투수로서 가장 좋은 보직이고 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선발 투수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발이 있으면 불펜도 있기 마련이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다”고 말한다.
이어 김 감독은 “나는 투수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고자 한다. 일단 선발 투수로 기용을 해보고 자질을 테스트한다. 경기 중 구위, 게임운영능력 등을 점검해본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선발로 계속 기용할지, 아니면 선발보다는 구원에 더 적합한지를 판단한다”면서 “대개 선발 투수들이 기량이나 배짱 등에서 앞서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내 경우에는 구원투수들이 더 배짱과 짧은 이닝 소화 구위가 낫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불펜 투수들은 구위는 선발 못지 않으나 게임 운영 능력에서 적은 점수를 받는 경우라고 설명한다. 선발로 나서서 3이닝은 잘 던지지만 4회부터 구위가 현격히 떨어지는 경우는 선발보다는 불펜에 더 적합하다고. 반대로 실점은 꽤 하지만 꾸준한 투구를 펼치는 경우는 선발감이라는 것이 김 감독의 판단기준이다.
김 감독은 “불펜 투수들이라고 선발 욕심이 없겠느냐. 하지만 선발 등판 기회를 줘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스스로 선발보다는 불펜에 더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을 투수 자신이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불평없이 불펜 보직에 충실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팀투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그럴 경우는 투수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보직을 결정하고 있다.
김 감독은 최고 투수 출신에 명 투수 코치 출신으로서 누구보다도 투수들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 때문에 선발과 불펜 요원의 마음을 잘 헤아리며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다.
그래도 김 감독은 항상 걱정이다. 김 감독은 “투수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부상이라는 위험을 늘 안고 살기 때문이다. 올 시즌 선발 투수들이 다 채워져 있다고 해도 내년 시즌 보장이 없다. 부상도 있을 수 있고, 다른 선수들이 치고 올라올 수도 있는 것”이라며 꾸준히 투수 키우기에 공을 들이겠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김시진 감독이 앞으로 어떤 투수를 또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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