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무더위를 한 방에 날려버릴 짜릿한 공포물들이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올 여름 스크린에 등장하는 공포 영화는 촬영 장소가 보다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현장감을 살려 공포감을 극대화했다는 게 특징이다. 기존 공포물들이 보여줬던 방식 대신 저마다 새로운 형태로 관객들의 공포심을 자극한다는 점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리얼 호러란 새로운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 영화 ‘폐가’다. 경기도 모처에 있는 한 귀신들린 집에서 촬영한 ‘폐가’는 대상에 불과할 수 있었던 집을 영화 속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 때문에 영화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촬영 장소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음산한 아우라를 풍기는 집을 캐스팅하기 위해 제작진 역시 2개월여에 걸쳐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폐가’란 호주를 상실했거나 버려진 집을 의미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폐가’는 이상 현상이 목격되는 황폐한 집으로 그곳에 있는 사람마다 흉한 일을 당하여 버려둔 집을 말한다. 말 그대로 죽은 자들의 공간인 셈. 어린 시절 동네 어귀마다 존재했던, 지금도 어느 동네에나 존재하는 폐가가 가진 특별한 의미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우리 주변 곳곳에 존재하는 ‘폐가’들은 단순히 버려진 집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에게 호기심의 공간이자 공포를 자극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때로는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음산한 기운에 도망쳐 나오거나 이상한 형체를 보았다는 소문에 멀리 하기도 한다. 두렵고 무서운 존재인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살았던 삶의 흔적들을 한번쯤 엿보고 싶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인 것이다.
영화는 이러한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내재된 공포감과 호기심을 극대화하여 무섭고 리얼한 공포를 스크린 안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를 위해 실제 귀신들린 집을 헌팅하고, 그 곳에서 촬영하는 노력도 서슴지 않았다. 덕분에 영화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폐가에 대한 공포감을 자극하는 음산한 디테일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최고의 공포영화라는 찬사를 받았던 ‘디센트’에 이은 속편 ‘디센트: PART2’도 어두운 동굴을 배경으로 공포감을 극대화한 케이스다. 동굴은 앞이 보이지 않는 칠흙 같은 어둠 탓에 일반인의 접근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이 같은 한정된 공간은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소재가 됐을 뿐 아니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특성을 통해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디센트: PART2’에서도 구조대장 댄(더글라스 호지)의 말을 무시한 채 총을 가지고 동굴에 들어온 베인스가 갑작스런 괴물의 공격에 총을 발포하면서 그 충격으로 동굴의 천정이 무너져 내렸다. 구조대원 케스(아나 스캘런)는 무너져 내린 바위틈에 끼어 꼼짝도 할 수 없는 신세가 됐다.
특히 언제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동굴 속 괴물들은 이 영화의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동굴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상황 설정일 테다. 정작 괴물이 등장하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공포감을 높이기 충분하다. 실제로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괴물들이 어떤 방식으로 등장해 깜짝 놀라게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 공포물 ‘엘리베이터’도 독특한 장소를 배경으로 선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텅 빈 건물 안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 갇힌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싸이코 패스 살인마가 있다는 설정으로 폐쇄된 공간에서의 공포를 그렸다. 잔인함과 뛰어난 반전이 특색인 전형적인 할리우드 공포물이라는 설명이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평화로운 일상 속 엘리베이터 안, 제각기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탑승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영화는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멈춰버리면서 공포의 실체를 드러내게 된다. 각각의 사연들로 빨리 구출 되어야만 하는 이들 중 싸이코 패스의 기질을 서서히 드러내면서 한정된 공간 안의 섬뜩한 공포를 선보인다.
저마다 특이한 장소를 활용해 공포감을 업그레이드한 올 여름 공포 영화들, 시청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rosec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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