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상미(26)는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만나면서 여자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한 뼘쯤 성숙해졌다. 높은 언덕을 앞에 두고 숨 고르는 법을 배웠고,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날 만큼 강해졌다.
남상미는 시청률 20%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는 SBS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극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에서 부연주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드라마가 중반에 들어선 지금, 남상미는 드디어 사랑에 마음의 문을 열고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극 중 부연주가 성장한 만큼 남상미도 배우로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지 모른다. 올해 초 드라마 촬영을 앞두고 한차례 출연 번복이 있었고, 그 후 다른 배우들이 비해 적은 출연 분량을 두고 ‘이지매설’까지 나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데뷔 이래 줄곧 주연만 맡아오던 그녀가 한 회에 겨우 한두번 얼굴을 비치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던 것.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말들에 크게 좌우되지 않았다. (분량에 대해)연기자가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굳이 따진다면 앞으로 더 믿음을 주고,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분량보다는 역할에 비중을 둬야한다. 만약 처음부터 많은 분량만 원했다면,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단점만 노출됐을 것이다”
스스로 무덤덤한 성격이라고 말하는 그녀다. “소문을 들었을 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는 남상미는 “내가 인기가 많아 이런 소문도 있는 것이라 받아들였다”며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초반 이러한 오해가 뜬소문이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남상미는 현재 극의 중심에 와있다. 호섭(이상윤)과 결혼을 결심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민재(김해숙)-병태(김영철) 가족의 구성원이 될 준비 중이고, 시누이 초롱(남규리)의 호된 시집살이도 참아내고 있다. “아무래도 내 스스로 워밍업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실수를 덜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실제 연주처럼 천천히 그들과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연주란 인물은 그동안 남상미가 맡아 왔던 역할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사랑의 아픔도 있고, 어려운 가정사도 있어 쉽게 마음을 표현하지도 크게 울거나 웃지도 않는 인물이다.
“연기뿐만 아니라 남상미란 사람 자체가 함께 성숙해진 것 같다. 그냥 발랄함의 연장이었다면 똑같았을 것들이 점점 깊이를 갖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표현력에 있어 ‘아’면 ‘아’라고 내뱉는 통쾌함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하다. 100의 감정을 가지고 70만 보여줘야 하니 그런 점이 힘이 든다. 절제하면서 상대, 시청자를 설득시켜야 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 김수현은 남상미의 연기적인, 그리고 인간적인 스승이 되어줬다. 남상미는 김수현 작가 드라마의 장점을 “끈끈함”이라고 표현했다. “배우들을 집결 시키고 똘똘 뭉치게 하는 특별함이 있다. 또래 집단에 섞였을 때는 몰랐던 안정감이 있다. 가족 품안에서 느끼는 것을 이번 드라마를 통해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상미는 김수현 작가의 따뜻함을 떠올리며 살며시 웃음을 지었다. “한번은 이런 말을 해주신 적이 있다. 젊은 연기자들에게 본인은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고 하시더라. 왜냐고 물으니 앞으로 30~50년 얼마나 더 힘든 일을 겪어야 할까 싶어 걱정이라고 했다. 그때 그분의 진심이 느껴졌다. 요즘 연예인들이 간혹 나쁜 마음을 먹는 모습을 보시고는 안 좋은 생각이 들면 바로 전화하라고 하셨다.” 그녀가 생각하는 ‘호랑이 선생님’ 김수현은 이렇듯 엄마 같고 스승 같은 분이다.

그렇다면 남상미에게 ‘인생은 아름다워’는 어떤 의미일까. “성숙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여자가 되는 시발점”이라고 했다. 너무 거창한 것 아닌가.
“내 안에서 스스로 성숙해지고 여성스러워질 수 있었던 작품이다. 내가 ‘천하무적 이평강’을 하다가 ‘청춘의 덫’에서 심은하 같은 역을 할 수는 없지 않나. 근데 이번 작품을 통해 그렇게 가는 과정, 발판이 되어준 것 같다. 배우 남상미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다.”
배우 남상미는 욕심이 많았다. “배우로서 모든 것을 아우르고 싶다. 연기는 마약 같다. 지독한 역을 하면 할수록 빠져든다. 어둡던 밝던, 호러든 진한 멜로든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의 눈은 한없이 반짝였다.
bongjy@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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