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자신 최고 투구를 보여줬던 상승세를 재현할 것인가.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좌완 레스 왈론드(34)가 15일 잠실구장에서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시즌 7승에 도전한다.
올 시즌 21경기 6승 4패 평균 자책점 4.21(14일 현재)을 기록 중인 왈론드. 그의 2010시즌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다이나믹'했다. 지난해 일본 센트럴리그 최하위팀 요코하마에서 분전한 선발투수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왈론드에 대해 전지훈련 출발 전 김경문 감독은 "이제는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된 것 같더라. 제 기본 실력을 보여준다면 시즌 10승 정도는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비췄다.

그러나 지난해 입은 팔꿈치 통증에 대한 부담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하며 미야자키 전지훈련은 물론 시범경기 2차례에서 2패 평균 자책점 10.80에 그쳤다. 여기에 시범경기 도중 견제 동작에서 왼 팔뚝 부상을 입으며 시즌 시작점마저 늦춰졌다.
4월 2경기서 승패 없이 평균 자책점 9.45에 그쳤던 왈론드는 지난 4월 21일 비로 노게임 선언된 잠실 SK전에서 1회 선취 2점을 지키지 못하고 2회초 수비에서 13개의 연속 볼로 4타자 연속 볼넷을 내줬다. 기록은 남지 않았으나 김 감독의 마음에 '퇴출해야 겠다'라는 생각을 심어준 경기였다.
"한-미-일 야구를 다 경험했으니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렇게 흔들릴 줄이야. 앞으로 왈론드는 쓰지 않을 것이다". 그 이튿날 왈론드를 2군으로 내려보내며 김 감독은 단호하게 던진 한 마디였다.
실제로 두산도 그 당시 왈론드를 대신할 후보자를 물색 중이었다. 그러나 때마침 미국 시장도 쓸 만한 왼손 투수 고갈 현상으로 선수 시장이 얼어붙었던 상황. 실연의 아픔까지 겹쳐 2군에서 고난의 시간을 보냈던 왈론드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고 그 이후부터 왈론드는 선발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하는 등 서서히 제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왈론드가 김 감독의 구미에 100% 맞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당초 두산은 도미니카 윈터리그 초반 일찌감치 점찍은 켈빈 히메네스보다 그의 짝을 이룰 왼손 투수에 더 비중을 두고 영입 작업을 펼쳤었기 때문. 단순히 페넌트레이스 행보를 이끄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단기전에서 히메네스-김선우와 함께 선발 축을 잡아줄 좌완 에이스가 왈론드에게 바라는 두산의 눈높이다.
지난 8일 군산 KIA전서 왈론드는 최승환과 올 시즌 처음 선발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며 7이닝 4피안타(탈삼진 8개, 사사구 1개)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스스로 어려운 카운트를 이끌던 이전 모습과 달리 자리를 잡고 상대에 까다로운 코스로 미트를 지정하는 최승환의 스타일에 부합하는 투구로 올 시즌 최고 피칭을 보여준 왈론드였다. 최근 비중을 높인 투심 구사력에 있어서도 나무랄 데 없는 모습이었다.
"개인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팀이 목표로 하는 최대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일조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라며 눈빛을 반짝였던 왈론드. 시즌 종료를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서 비로소 팀이 바라는 투구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던 그가 또 한 번 깔끔한 호투를 펼칠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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