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야구단'이 위태롭다. '열심히' 야구를 하고 있지만 이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야구인지, 무엇을 향해 뛰고 있는지 애매한 느낌이다. 재미도, 메시지도 부족한, 프로그램 자체의 이정표를 잃어버린 듯 표류하고 있는 KBS 2TV 리얼 버라이어티 '천하무적야구단'이다.
15일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14일 방송된 '천하무적야구단'은 전국기준 7.2%의 시청률을 기록, 여전히 동시간대 최하위에 머물렀다. '천하무적야구단'이 동시간대 MBC '무한도전'이나 SBS '스타킹'에 밀려 고전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방송 1년여가 넘도록 한 자릿수 시청률에 정체된 모습은 제작진이나 시청자들 입장에서나 답답한 노릇이다.
축구와 함께 전 국민의 스포츠로 통하는 야구란 소재에, 예능계 트렌드인 리얼 버라이어티를 접목해 상당히 흥미로운 포맷을 갖췄음에도 불구, '한 방'이 없다. 약간 과장을 보태서 늘 야구만 하고 있는 멤버들의 부지런하고 정직한(?) 모습은 리얼의 묘미라기보다는 별 볼일 없는 그림이 됐다. 지옥 훈련, 부상의 고통, 지속적인 연습과정을 거쳐 승리의 축배를 들거나 역전패의 고배를 마시는 멤버들의 드라마틱한 모습에서 이제는 별다른 감동도 느끼기 어려워졌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꽃이랄 수 있는 멤버별 캐릭터도 뚜렷하지가 않다. '천하무적야구단' 역시 방송 초반에는 멤버들 개인의 캐릭터 정립에 공을 들였고 여러 가지 별명과 유행어, 관계도 등이 드러나며 흥미를 부추겼다. 그러나 지금은 오직 해체되지 않기 위해 10승 달성에만 열을 올리는 안타까운 몸부림만이 화면을 꽉 채울 뿐이다.
명색이 '예능'인데 자꾸 '다큐'스러워진다고나 할까. 이러한 시청자들의 지적을 공감한 제작진은 얼마 전, 멤버들의 화합과 오락적인 재미를 되찾겠다는 의지로 무인도 훈련을 떠났고 지난주와 14일에 걸쳐 2주간 야구 아닌 모습을 선보였지만 시청률은 요지부동이다. 그만큼 민심은 이미 너무 멀리 떠나버렸단 얘기.

아이러니한 것은 야구에 대한 애정과 멤버들끼리의 결속력 하나는 어느 프로그램과 견줘도 뒤지지 않을 만큼 최고란 사실이다. 거의 한 주에 1박2일 씩 잡힌 녹화, 지방 원정이 부담스러울 법한데도 열 일 제치고 '천하무적야구단' 녹화에 기운을 쏟는 멤버들이다. 시청률이 아무리 하락하고 꼴찌를 도맡고 있지만 그만 두겠단 멤버는 찾아보기 어렵다. '야구'로 뭉친 이들이기 때문이다. 멤버들은 프로그램 인기와 상관없이 야구가 좋아서, 사람이 좋아서 마치 실제 야구 동호회나 사회인 야구단에 몸담듯 하고 있는 중이다.
출연료를 벌자 거나, 인기를 얻자 거나, 일(방송)을 한다는 생각들 보다는 야구 자체에 몰두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게 멤버 측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러니 시청률이 어떠하건 시청자들 평가가 어떠하건 일단 팀 분위기는 좋다. 멤버들끼리는 웃음꽃이 떠나질 않는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웃지 않는다. 그렇다고 울지도 못한다. 야구광팬들이야 이들의 경기 내용을 보며 그 자체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부 시청자들은 야구 외 재미를 원한다. 그러나 이도저도 아닌, 예능도 다큐도 아닌 '천하무적야구단'은 그렇게 위기의 중심에 섰다.
변화든, 개혁이든, 어떠한 수단과 방법이라도 실행해보아야 할 때다. '천하무적야구단'이 그들만의 잔치로 막 내리지 않길 바란다.
issu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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