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막장 TV'를 껴안고 삽니다."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0.08.16 08: 53

'막장' 홍수다. 막장의 기운은 이제 드라마, 예능할 것 없이 쓰나미처럼 TV를 덮쳤다. 막장에 푹 젖은 시청자들은 이제 무엇이 막장이고, 어디까지 막장인지 분간도 못할 만큼 아침저녁으로 '막장 TV'를 껴안고 산다.
불륜이나 그로 인한 이혼, 맞바람 등은 이제 TV 드라마에 빠져서는 안 될 단골 소재가 됐고 폭로성, 자폭 토크도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더욱 자극적인, 더욱 독한 막장이 들어가야만 시청률도 올라간다. 막장에 대한 비난과 지적이 쏟아지는 반면, 해당 프로그램은 더욱 화제가 되고 자연스레 시청률도 따라 오른다.
KBS 2TV 주말연속극 '결혼해주세요'는 15일 방송분에서 그간 불륜 줄타기를 하던 남편 태호(이종혁 분)가 아내 정임(김지영 분)을 향해 "그 여자도 너도 둘다 좋다. 일부일처제가 문제다"고 내뱉는 바람에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것이야 말로 '막장'이라고 소리치는 시청자들, 하지만 이날 방송분은 자체최고시청률을 냈다. 누군가는 욕하고 외면하는 동안, 또 다른 누군가는 이 드라마에 사로잡혔다는 증거다.

그런가하면 MBC 일일연속극 '황금물고기' 역시 뜨거운 막장 비난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의붓동생이었던 지민(조윤희 분)이 장인 정호(박상원 분)와 결혼에 골인할까 노심초사하는 태영(이태곤 분)의 일거수일투족이 이 드라마의 핵심 줄거리다. 이에 앞서 지민과 태영은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 둘만의 결혼식까지 올리며 애절한 사랑을 나눈 연인이었지만 각자 서로의 오해와 해묵은 악연 때문에 지금은 철천지원수가 되어 상대방에 대한 복수극을 펼치고 있다. 평일 저녁, 온가족이 모여보기엔 낯 뜨거운 드라마지만 시청률은 쑥쑥 올라가며 경쟁작을 위협하고 있다.
SBS 토크쇼 '강심장'도 막장 비난을 면치 못하긴 마찬가지다. 방송 초창기부터 폭로성 토크로 일관했던 '강심장'은 여전히 다수의 게스트들을 내세워 남의 사생활을 폭로하거나 자폭하는 토크를 선보이고 있다. 이미 수많은 스타들의 여러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며 논란을 야기했지만 인기는 최강이다. 화요일 밤, 동시간대 부동의 1위를 고수하며 경쟁작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고 있다.
아침극은 또 어떤가. 아침극이 막장 스토리로 일관한지는 너무도 오래된 얘기지만 이제는 멀쩡한 아침극은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방송 3사의 작품 대부분이 막장으로 채워지고 있다. 또 상당수 TV 예능에서는 늘 중요부위만 겨우 가린 듯한 차림의 남녀 연예인들이 춤을 추거나 위태로운 발언을 던진다. 청소년들이 듣고 보기엔 민망한 장면들이 브라운관을 꽉 채웠다.
그래도 시청률 앞에 장사는 없는 법. 착한 드라마나 착한 예능이 가뭄에 콩 나듯 사랑을 받는 일도 더러 있지만 시청률 올리기에 한층 쉽고 빠른 길은 막장을 끼워 넣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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