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이 말한다, "웃지 말고 울어라!"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0.08.16 09: 51

이젠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기만 할 게 아니라 울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남자의 자격'이 또 한 번 안방을 울렸다.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격) 15일 방송분, 아마추어 밴드대회 도전기가 코끝 찡한 감동을 안긴 것. '남격'은 앞서 마라톤 도전, 월드컵 특집, 강의, 지리산 종주 등을 통해 시청자들로부터 감동 어린 호평을 받아왔다. 웃음 뒤에 따라오는 눈물과 메시지가 '남격' 특유의 매력으로 각인되며 '사나이도 울리는 예능'이 된지 오래다.
이날 방송분에서는 지난 1년 여간 진행됐던 아마추어 밴드 도전기의 완결판이 공개됐다. 악기를 잡을 줄도 몰랐던 여섯 멤버들이 '수장' 김태원의 리드 하에 차츰차츰 발전해나갔다. 그 과정에서 손가락 부상을 당한 채 드럼을 연주하고(이윤석) 성대 결절에 의한 고통에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김성민) 멤버들의 분투가 그려졌다. '노장' 이경규는 "나이 쉰에 발견한 새로운 재능"이라 너스레를 떨며 속사포 랩(?)도 마다하지 않았다. 각자 방송활동과 영화 촬영, 드라마 촬영, 대학 강의까지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면 서럽다할 정도로 바쁜 일곱 남자들은 우여곡절 속에도 밴드대회 본선 무대에 올랐고 마침내 '동상'의 영예보다 값진 '하나 된 보람'을 안았다. 멤버들이나 보는 시청자들이나 짠한 감격의 순간이었다.

이렇게 착한 예능은 때로 웃음보다 감동을 선사한다. 예능의 기본 의무야 '웃겨야 하는' 것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눈물을 부를 때, 그 감동은 배가된다. MBC '일밤-단비'가 부진한 시청률 속에도 꾸준한 호평을 받았던 것 역시 이러한 논리에 기인한다.
왁자지껄 모여 우스꽝스러운 복장과 행동으로 가공된 웃음을 의도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얘기다. 사실상 웃기는 사람들끼리 모여 웃기고자 만드는 프로그램(예능)이 눈물샘을 자극하기가 더 어렵지 않은가 말이다. 물론 예능의 역할을 '웃게 만드는 것'으로 한정짓는 이들에게 '남격'이나 '단비'의 감동 코드는 썩 만족스럽지 않은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동 코드는 프로그램이 순도 100%의 '리얼'이란 사실을 증명하고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어내는 열쇠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면 응당 갖춰야할 진정성, 부가적으로 내포되는 휴머니티에 민심은 즉각 반응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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