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모드' 두산, 고영민-이현승이 '변화 핵심'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8.16 11: 01

이미 포스트시즌을 염두에 둔 라인업과 투수 운용이 펼쳐지고 있다.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이 자신이 원하는 야구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구사 중이다. 그리고 그 전략에는 '고제트' 고영민(26)과 이적생 좌완 이현승(27) 두 동기생이 숨은 중심 노릇을 도맡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12일 경기 도중 내린 비로 인해 노게임 선언된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앞으로 계투로 활용할 좌완 이현승과 그동안 출장 기회를 얻지 못했던 수비력 좋은 베테랑들에게 적재적소에서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라는 뜻을 밝혔다.

 
그와 함께 김 감독은 시즌 개막과 함께 한동안 4번 타자로 출장했던 김현수를 다시 4번 타자로 배치하고 테이블 세터 요원으로 나서던 고영민을 다시 3번 타순에 놓았다. 김현수의 4번 배치는 물론 고영민의 3번 타순은 의미가 남다르다.
 
바로 김 감독이 바라던 시즌 전 구상과 맞아떨어지는 타순 운용이었기 때문. 중심타순을 한 순번 씩 밑으로 내리는 동시에 '3인 테이블세터'진을 구축하고자 한 김 감독의 계획인 것. 미야자키 전지훈련 초반은 물론 이미 2007시즌서부터 김 감독은 고영민이 3번 타순을 맡아주길 바랐다.
 
빠른 발과 타율 대비 높은 출루 능력, 여기에 손목힘까지 좋아 무시 못할 장타력을 지닌 고영민이었기에 김 감독은 "(고)영민이가 우리 팀 키플레이어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고영민은 3번 타자로 나선 두 경기서 7타수 3안타(.429,16일 현재) 1타점 4득점을 올리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여기에 오른쪽 종아리 세균성 감염증세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입원 치료를 받던 '주포' 김동주가 16일부터 1군에 복귀해 17일 대구 삼성전서부터 타선에 가세한다. 4번 타순에 복귀한 김현수가 15일 솔로포를 때려내는 등 자신감을 잃지 않은 상황에서 김동주의 위치는 5번 타순이 가장 유력하다.
 
김현수의 3번 복귀가 선수의 자신감을 찾아주기 위한 전략이었다면 이번에는 김 감독이 본격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야구를 펼치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심축은 김현수-김동주-최준석 트리오에 있지만 조금 더 살펴보면 고영민의 '3번 기용'이 가장 커다란 타순의 변수다. 시즌 초 3번 타자로 나서던 이성열의 현재 페이스가 안 좋다는 점을 감안하면 '3번 타자' 고영민의 다음 활약상에 더욱 주목할 만 하다.
 
투수진에 있어서는 이현승이 키플레이어다. 당초 4선발로의 활약을 기대하고 히어로즈에서 데려왔지만 시즌 초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동시에 어깨 부상까지 겹치며 아쉬움을 남겼던 이현승은 계투 전환 후 11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계투로 기록한 이현승의 성적은 1승 4홀드 1세이브 평균 자책점 0.52로 뛰어나다.
 
시즌 전 기대치와는 어긋난 모습이지만 그렇다고 이현승의 활용도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필승 계투로 활약했던 지승민의 컨디션 회복세가 아쉽고 유망주 진야곱이 허리 부상으로 인해 재활군에 있는 상황. 2군에서 기량을 연마 중인 신예 컨트롤러 유희관이나 제구력이 향상된 원용묵이 있지만 점수 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승리계투로 투입할 만한 좌완은 바로 이현승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1차 엔트리 탈락 후 극도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던 이현승이지만 현재 모습은 고무적이다. 직구 구속도 100% 컨디션 당시에 가깝게 올라왔고 슬라이더의 각도 조금씩 다시 예리해지는 중. 정재훈-고창성 승리 계투진의 체력 부담이 예년에 비해 높아진 만큼 원포인트-롱릴리프로도 뛸 수 있는 이현승의 존재는 최근 들어 더욱 중요해졌다.
 
소속팀이 달랐던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로 지내온 고영민과 이현승. 이미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변화된 모습으로 선수단을 운용 중인 김 감독에게 '두 친구'는 2010시즌 '성패'를 좌우할 두 개의 퍼즐임에 틀림없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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