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GK’ 문소리, “여자 옷은 처음이에요”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0.08.16 15: 01

“힘들지 않냐고요? 아니라면 거짓말이죠. 서울과 울산을 오가면서 익숙하지도 않은 방송에 나서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행복해요. 여자 축구를 알릴 수 있으니까요”.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이 막을 내린 지 2주가 흘렀다. 그러나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의 FIFA 주관 대회 3위라는 감동이 희석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이 그 증거다. 특히 ‘얼짱 골키퍼’라고 불리는 문소리(20, 울산과학대)는 신문 인터뷰와 방송 출연 등으로 고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5일 해단식 이후 열흘 만에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팬사인회에서 만난 문소리의 근황을 들어봤다.
▲ 서울 찍고 울산 찍고 다시 서울 그리고 강릉

문소리의 표현에 따르면 요즈음 그의 입에서는 단내가 날 정도다. 서울과 울산을 오가면서 방송 출연에 바쁘기 때문이다. 푸른 잔디가 펼쳐진 축구장과 달리 익숙하지 않은 방송 출연은 그를 지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특히 16일부터 강릉에서 열리는 ‘제 10회 통일대기 전국 여자종별 축구대회’ 준비로 소속팀 훈련에도 빠질 수 없는 상황이라 그의 ‘이중 생활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그러나 문소리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힘들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여자 축구를 더 알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다. 문소리는 “힘들지 않냐고요? 아니라면 거짓말이죠. 서울과 울산을 오가면서 익숙하지도 않은 방송에 나서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행복해요. 여자 축구를 알릴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소리의 이런 노력은 14일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팬사인회 열기로 증명됐다. “50번 정도 사인하면 끝나지 않겠어요?”라고 말하던 문소리는 손이 아플 정도로 사인을 그려가면서 팬들의 반응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여자 옷을 처음 입어 본 문소리
방송 출연이 문소리에게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는 것도 기운을 낼 수 있는 이유다. 문소리는 오는 17일 밤 11시 KBS2에서 방송되는 ‘승승장구’에서 여자 옷을 난생 처음 입어봤다. 축구에 전념하니 밖으로 외출할 일도 없고 외출하더라도 운동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던 그에게는 충격적인 변화다. 문소리는 한 여성 일간지의 제안으로 패션 화보까지 찍는 출세도 경험했다.
문소리는 “승승장구의 제작진 분들이 여자 옷을 입어본 적이 없다니까 따로 코너를 만들어주셨어요. 예쁜 옷도 입어보고 화장도 처음 해봤는데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라고 슬쩍 미소를 지었다. 얼짱 골키퍼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는 지적에 문소리는 “제가 무슨 얼짱이에요. 축구 선수죠. 그래도 화보를 찍으면서 여자 옷을 실컷 입어보니 너무 행복했어요”라고 대답했다.
평소 문소리의 이런 모습을 잘 알고 있는 울산 현대의 관계자도 ‘여자’ 문소리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여자 옷도 입어보고 화장도 해본 문소리에게 마지막 선물을 안겼다. 바로 패션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라는 헤어 스타일의 변화를 위해 뷰티샵으로 데려간 것. 이 관계자는 “(문)소리를 비롯해 여자 선수들이 눈치가 보이는지 머리는 손을 못 대길래 팬사인회에 대한 보답으로 뷰티샵을 데려갔습니다. 평소 머리를 질끈 묶고 다니는 소리가 예뻐지더라고요”라고 웃었다.
▲ 해외 진출? 실업 드래프트가 고민
그러나 문소리는 이런 즐거움도 잊을 때가 왔다고 단언했다. 본업인 축구 선수로 돌아갈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16일 개막되는 통일대기에서 제 기량을 보여야 할 뿐만 아니라 9월에는 ‘제 9회 화천 추계축구연맹전’이 기다리고 있다. 10월에는 가장 큰 대회인 전국체전이 있다. 11월 아시안게임도 성인 대표팀에 선발된다면 출전해야 한다. 문소리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문소리는 웃음을 지우지 않는다. 대회에 출전하면 그나마 훈련 강도가 약해지기 때문이란다. 평소 하루에 8~10시간 소화해야 하는 훈련이 대회 중에는 2시간으로 줄어든다. 문소리는 “대회에 출전하면 친구들도 만나고 훈련도 짧아진다. 최선을 다해 이기는 즐거움도 있다”면서 “부상만 안 당하면 된다”고 말했다.
문소리가 부상에 대한 걱정을 꺼낸 까닭은 역시 12월 개최되는 실업 드래프트가 원인. 대표팀 동료였던 ‘지메시’ 지소연(19, 한양여대)이 독일 분데스리가 혹은 미국 메어저리그사커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지만 문소리는 실업팀에 선발되는 것이 목표다. 문소리는 “선배들은 넌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아직 긴장을 풀면 안 되요. 부상을 당해서도 안 되고요. 아직 갈 길이 멀잖아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tylelomo@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