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 관습을 어긴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다른 구단들도 똑같은 고민거리이다. 이참에 새로운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16일 ‘2011년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던 날 지방 구단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문제가 된 LG 트윈스의 드래프트 후보 사전 신체검사에 대해 LG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다른 구단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그동안 억대의 몸값을 받고 입단한 신인 선수들이 바로 부상으로 드러눕는 사례가 어디 한 둘이냐. 각 구단의 공통된 고민거리”라면서 “LG만을 비난할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신인 선수들의 ‘먹튀 논란’을 없애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LG 구단이 2년전 그룹의 대대적인 감사를 받았을 때 아마 이 부분도 지적을 받았을 것이다. 어느 구단이나 큰 돈을 들여 스카우트한 선수가 곧바로 부상으로 이탈하면 책임을 묻게 된다. 1차적으로는 부상을 사전에 알지 못하고 계약한 스카우트가 책임을 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7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LG가 ‘불공정한 게임’을 했다며 비난했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경쟁관계인 스카우트들로선 LG 스카우트를 비난할 수 있지만 구단 관계자들로서는 무조건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다른 야구계 인사는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계약전 신체검사에서 팔꿈치 뼛조각 등 부상이 밝혀지면 계약금이 100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뚝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우리는 부상이 있어도 1순위 지명자라는 이유로 억대의 몸값을 안겨줘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모든 구단이 드래프트 이전에 부상 정도를 알 수 있게 KBO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KBO가 드래프트 신청자들에 한해 비용이 들더라도 신체검사를 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각구단 관계자들은 윈터미팅 등에서 KBO에 이 문제와 관련한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아마야구와의 관계, 비용 등을 고려해 아직까지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아마야구와 선수들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구단들이 ‘먹튀’들에게 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도 더 이상 없어야할 일이다.
전문가들은 “KBO 차원에서 드래프트전 사전 신체검사를 실시하게 되면 선수들에게도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고교무대에서 혹사를 방지할 수 있고 부상을 숨기고 ‘먹튀’가 돼 비난받을 일도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구단들의 고민거리를 해소하면서 아마야구와의 충돌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들의 현재 바람이다. 신인 드래프트가 더 이상 ‘복불복 게임’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sun@osen.co.kr
<사진>지난 해 신인지명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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