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이범수, "멋있어 보이기 싫다" [인터뷰]
OSEN 봉준영 기자
발행 2010.08.17 08: 25

“멋있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는 이범수(41)는 스스로 멋있어 보이길 원치 않았다. 다만 ‘자이언트’의 이강모로만 보일 수 있다면 더도 덜도 바랄게 없단다.
요즘 이 남자 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극본 장영철, 연출 유인식)에 푹 빠져 산다. 신혼의 단꿈도 잊은 채 하루 24시간을 몸이 부서져라 달리고 있는 이강모, 아니 배우 이범수를 만났다.
“기분이 어떠세요?” 최근 경쟁작인 MBC ‘동이’를 꺾고 석달 만에 월화극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축하 인사를 건네자 “방정맞을지 모르지만, ‘외과의사 봉달희’ ‘온에어’에 이어 ‘자이언트’까지 3연타를 치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죠”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이언트’가 첫회 10%의 시청률로 시작했을 때 ‘동이’의 시청률은 이미 25%였다. ‘동이’가 주춤하는 틈을 타 ‘자이언트’가 치고 올라왔고, 마침내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사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제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한 것 같아 가장 기쁘다. 남들이 ‘친정부 드라마다’ ‘어떤 배우가 거절한 작품이다’라며 말렸을 때 너무 하고 싶다며 반대를 무릎 쓰고 했던 것이 결국 성공을 했으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그리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의 느낌이 결국 맞아떨어진 것이다.”
초반만 해도 상승세가 더뎠던 ‘자이언트’는 중반에 접어들면서 점점 탄력을 받았다. 이를 “계산된 결과”라고 설명한 이범수는 “50부작으로 갈 길이 멀기 때문에 힘의 분배를 하고 있었다. 중반이 돼서야 비로소 진짜 하고 싶은 얘기가 나온 것이다. 초반에는 주위 인물들에게 분산됐던 이야기가 비로소 ‘이강모’ 한사람에게 집중되고 더욱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강모란 인물에게 고난과 역경은 많다 못해 넘쳐흐른다. 부모를 잃고 형제와 헤어진 것도 모자라 살인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다가 삼청교육대에 끌려간다. 죽을 고비도 수차례, 아니 수십차례 넘겼고 사랑하는 여자는 원수의 딸이란다.
사연 많은 이강모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뭐냐고 묻자 그는 망설임없이 “진정성”이라고 강조했다. “어떻게 하면 이강모가 더 진실되게 비춰질까를 가장 고민했다. 멋진 인물이다 아니다를 떠나 현실감이 없으면, 보는 이에게 별 감흥이 없다. 강모란 인물은 멋있게 보이려면 얼마든지 꾸밀 수 있지만, 그건 아니다. 그 시대를 대변해야하고, 삶의 무게를 설명해야하고, 복수를 할 수 밖에 없는 개연성이 있어야한다. 너무 앞질러 가서도 뒤쳐져서도 안되고, 너무 자극적이어서도 밋밋해서도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한 계산이 필요하다.”
특히 ‘자이언트’에서 이강모는 20대 청년에서부터 6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4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야 한다. 마흔을 갓 넘긴 이범수가 20대 초반의 청년 연기를 하기란 여간 쉽지 않았을 것. 그러나 이범수는 “부담은 있었지만 문제는 없었다”고 표현했다.
“만약 20대의 배우가 했다면, 과연 60대의 이강모를 표현해낼 수 있었을까. 마흔의 내가 20대 이강모에 ‘어울린다, 안어울린다’는 협소한 문제일 뿐이다. 전체를 놓고 봤을 때 20대에서 60대까지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이범수가 제격이란 소리를 듣고 싶다. 모든 세대에 맞는 완벽한 모습을 할 수는 없지만, 그 과정을 통해 함께 시간을 보내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이언트’는 이범수에게 도전이자 결실이었다. “시청률을 떠나 나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표현한 이범수는 “50부작 드라마에 20대에서 6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연기를 했다는 자체가 도전이다. 물론 ‘자이언트’를 충실히 끝냈을 때 해야 할 얘기겠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편식없는 배우가 된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bongjy@osen.co.kr
<사진> 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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