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원하는 선수를 선발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선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있는 것. 휘문고 에이스 임찬규(18)를 선발한 LG 트윈스가 이번에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LG는 지난 16일 2011 신인지명에서 1순위(전체 2순위)로 우완 임찬규를 지명했다. 임찬규는 지난 5월 대통령배에서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은 동시에 7~8월 열린 캐나다 선더베이 세계 청소년 선수권에도 나선 특급 유망주. 유창식(광주일고, 한화 입단 예정)에 이어 전체 2순위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투수다.

원하는 선수였기에 LG는 다른 유망주와 함께 놓고 사전 메디컬테스트를 실시, 물의를 빚었다. 다른 7개 구단이 이를 놓고 극렬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으나 결국 아무 일 없이 드래프트가 진행되었고 또 끝이 났다. 사전 접촉 여부에 있어 다른 구단도 마냥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려움 끝에 임찬규 지명에 성공한 LG. 그러나 앞으로 더 큰 과제가 남아있다. '좋은 씨앗'을 손에 넣은 LG가 과연 그를 훗날 얼마나 빨리 팀의 기둥 투수로 키워낼 수 있는가 여부다.
2004 신인지명 이후 LG가 1차지명과 2차 1순위에서 얼마나 재미를 보았는지 알아보겠다. 2004년 1차 지명은 배명고 출신 우완 장진용이었으며 2차 1순위는 광주 동성고 에이스 강창주였다. 청원정보고(현 청원고) 오재영(넥센)과 서울지역 투수 랭킹 1,2위를 다퉜던 장진용은 현재 상무 복무 중.
그러나 아직까지 1군에서 거둔 성적은 27경기 2승 2패 평균 자책점 6.95로 아쉬움이 있다. 여기에 강창주는 1군에서의 기록이 전무, 역사 상 가장 실패한 2차 1순위 중 한 명으로 남아있다. 도리어 LG는 홍현우를 KIA 타이거즈로 보내면서 2차 2순위 이용규를 함께 보냈고 그가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2005년 LG는 1차지명으로 4연타석 홈런에 빛나던 성남고 포수 출신 거포 박병호를 뽑은 동시에 2차 1순위로 부산고 출신 '야구 천재' 외야수 정의윤을 선발했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유망주라는 틀을 확실히 벗어나지 못했다. 출장 경험이 필요한 박병호는 가능성을 비추고 있으나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
2006년 뽑은 경기고-경성대 출신 잠수함 김기표는 공익근무를 마친 올 시즌 44경기에 출장해 2승 4패 2세이브 2홀드 평균 자책점 4.61(16일 현재)을 기록 중. 데뷔 초기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운 투구폼이 인상적이었으나 이를 깨끗하게 고치는 바람에 무던히도 애를 먹었다. 2차 1순위로 뽑은 경동고 출신 우완 신창호는 1군에서 잊을 수 없는 라이징 볼을 던진 뒤 2008시즌 후 은퇴했다.
해외파 좌완 봉중근과 함께 2007년 1차 지명으로 선택된 덕수고 출신 좌완 김유선. 그는 고교 2학년 시절 가장 주목을 받던 좌완 중 한 명이었으나 LG 입단 후에는 힘껏 던져도 직구가 110km대에 그치는 모습으로 2군에서도 경기 출장 기록이 없었다. 그는 현재 "일단 야구를 잊고 다음 기회를 도모하자"라는 팀의 이야기 이후 공익근무 복무 중이다. 올해 데뷔 승리를 거둔 서울고 출신 이형종(2008 1차지명)에게도 팀은 똑같은 지시를 내렸으나 결과는 임의탈퇴 공시.
2007년 2차 1순위로 속초상고-영남대 출신 박용근을 지명한 LG. 박용근은 올 시즌 부상에도 불구, 41경기 2할7푼9리 2홈런 14타점 7도루로 가능성을 비추고 있으나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2008년 2차 1순위 정찬헌(광주일고 출신)은 2년 간 선발-계투를 오가며 분전했으나 올 시즌에는 팔꿈치 수술로 재활 중이다.
2009년 신인지명은 그나마 그동안의 잔혹사에 비하면 나은 편. 1차지명 오지환(경기고 출신)은 올 시즌 2할4푼6리 12홈런 46타점 12도루를 기록하며 LG의 '10년 유격수'로 성장 중이며 2차 1순위로 뽑은 군산상고 출신 한희는 1,2군을 오가는 5선발군에 포함되어 다음 기회를 도모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1순위 신정락(천안 북일고-고려대)은 '즉시 전력감'이라는 시즌 전 평가와 달리 부상 등으로 인해 1패 2홀드 평균 자책점 6.26에 그쳐있다.
가능성이 보이는 유망주도 있으나 최근 수 년간 LG의 신인지명은 다른 구단에 비해 가장 '잔혹'했다. 실적이 있는 유망주는 프로 입단 후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고 아마추어 시절의 실적보다 가능성을 본 신창호 케이스는 그냥 뽑고 버린 픽이나 마찬가지였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가을잔치와 인연이 없었기에 상대적으로도 가장 좋은 유망주를 뽑은 편이었으나 기르는 데 성공했다고 보기 힘든 팀이 LG다.
원하던 임찬규를 뽑았으나 그를 얼마나 잘 기르느냐가 중요하다. 이미 사전 메디컬테스트를 마쳤기에 임찬규의 건강함은 확인했으나 그 이후 어떻게 선수를 바른 길로 이끄느냐가 중요한 것이 사실. 그동안의 LG 유망주들은 많은 기대를 모으며 일단 첫 해부터 1군 출장 기회를 얻었으나 약점을 보이면 가차없이 2군행 조치를 당했다. 2005년의 정의윤이 가장 커다란 희생양과 다름없었다.
박종훈 감독 또한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LG 신예들은 일단 기대를 모았기 때문에 첫 해부터 1군 경험을 쌓는 경우가 많았지만 꾸준히 나서지는 못했다. 팀 성적이 하위에 처진 상태에서 신예에게 많은 것을 맡기기 힘들었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LG가 다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1군에서의 거물 신예를 탄생시키지 못한 이유를 밝혔다. 신임 감독도 이를 자각했지만 팀은 리빌딩을 부탁하면서 "성적도 올려달라"라는 주문까지 더했기 때문에 신인 육성 면에서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타 구단 관계자는 LG에 대해 "투수들의 약점이 크다. 특히 7~9번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면 그 투수에 대한 팀의 기대치는 '조만간 10승 정도 해주겠지'라는 식으로 수직상승한다"라며 비꼬았다. 기대치는 확실히 크지만 선수 스스로가 그에 대한 부담감을 어떻게 이겨내느냐도 중요한 것.
지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가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있다. '좋은 싹' 임찬규가 신인 잔혹사로 고전하던 LG에 또 한 번의 웃음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사진> 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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