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생' 최동수가 말하는 능동적 SK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8.18 07: 59

"우리 팀은 우승 매직넘버 같은 거 안 계산해요. 대신에 마무리훈련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카운트를 세더라고".(웃음)
 
이겨야 당연한 '상승(常勝)팀' 에서의 새 야구인생. 몸이 고되도 승리로 인한 보상이 있는 만큼 전 소속팀에서보다 더 표정이 밝았다. 지난 7월 28일 4-3 트레이드를 통해 프로 17번째 시즌에 새 둥지를 튼 최동수(39. SK 와이번스)가 1위 팀에서의 적응과정과 소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1994년 중앙대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한 이래 16시즌 동안 한 팀에서 뛰어왔던 최동수는 7월 28일 투수 박현준, 김선규와 포수 윤상균의 반대급부로 동료 권용관, 안치용, 이재영과 함께 SK 유니폼을 입었다. 당초 최동수는 트레이드 대상자가 아니었으나 2001, 2002시즌 그를 지도했던 김성근 감독의 요청에 의해 불혹의 나이에 새 팀으로 이적했다.
 
김 감독이 LG를 맡았던 시절 최동수는 '김성근의 황태자' 중 한 명이었다. 하루 스윙 1000번이 넘는 지독한 훈련으로 인해 최동수의 양 손은 언제나 피범벅이 되고는 했다. 목욕은 물론 일상적인 세수도 어려워 그는 "당시 양 손에 비닐봉지를 싸맨 채 사우나로 향했다. 세수를 할 때도 손가락 끝에 비누를 살짝 찍어 슬슬 씻기 일쑤였다"라고 밝힌 바 있다. 무모할 정도의 성실성을 알 수 있던 순간.
 
지난 17일 롯데와의 경기를 앞두고 문학구장에서 만난 최동수는 한결 밝은 표정이었다. 내년 1월 5일 출산 예정인 첫 아이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선두팀의 일원으로 뛴다는 점에 대한 만족감이 저절로 드러났다.
 
"아기 태명이 '홈런'인데 이적 초기에 내가 홈런을 펑펑 때려내고는 소식이 없다. 그렇다고 태명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고.(웃음) 출산 예정일 전에 태어났으면 좋겠다. 전지훈련 떠나서 소식을 접하기보다 직접 아이를 보는 것이 좋지 않은가".
 
자신을 이끌어 준 스승과의 재회로 인해 최동수는 또다시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차라리 몸이 힘든 것이 낫다. 정신적인 괴로움은 정말 이겨내기 어렵다"라며 오히려 만족감을 표했다.
 
"육체적인 괴로움은 이겨낼 수 있다. 승리와 좋은 성적이라는 보상이 따르기 때문에 몸이 힘든 건 견딜 수 있지만 정신적으로 견디지 못하면 그 때는 도리가 없다". 2002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이후 그저 가을 잔치를 구경만 했던 만큼 웃음이 섞였음에도 최동수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서렸다.
 
"이제는 새 팀에 적응이 되었다. 동료들이 다들 착해서 시일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수월하게 팀에 적응한 것 같다. 이호준이 라커룸 바로 옆 자리인데(오른손을 입 옆으로 향하면서) 말이 너무 많다.(웃음) (박)재상이가 나랑 유머 코드가 맞는다. 나도 원래 재미있는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다".(웃음)
 
LG 시절과 비교했을 때 최동수는 조금 더 밝은 웃음을 자주 선보였다. 그는 단순히 팀 성적이 좋다는 것보다 지고 있어도 절대 수그러들지 않는 팀 컬러를 이유로 들며 동료들의 정신적인 면을 높이 샀다.
 
"LG에 있을 때는 역전당하거나 끌려가는 순간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하는 막막한 분위기가 덕아웃에 맴돌았다. 그러나 SK에서는 뒤지고 있더라도 '그까짓거 역전하면 되는거지'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우승에 대해서도 선수들 전원이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뒤이어 최동수는 선수 개개인의 능동적인 사고 방식을 높이 샀다. 기본 훈련량도 많지만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말이다.
 
"단순하게 긍정적인 사고 속에서 이기는 방법도 알고 있고 동료들이 서로 믿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여기에 선수 개개인이 상위 지시에 끌려가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잘한다. 능동적인 모습을 보면서 '아, SK가 이래서 잘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SK는 롯데 선발 김수완에게 무득점으로 봉쇄당하며 0-5, 굴욕적인 완봉패를 맛보는 동시에 3연패로 2위 삼성에 3경기 차 추격을 허용했다. 최근 주춤하며 선두 순항의 고비를 맞은 SK 선수단이 능동적인 모습으로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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