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진의 현 상황을 알 수 있던 장면을 지켜보며 "올해는 고비가 늦게 찾아왔다"라는 감독의 이야기가 겹쳐졌다. 선두로 순항 중이던 SK 와이번스가 다소 좋지 않은 시점에서 시즌 세 번째 4연패를 당했다.
SK는 지난 18일 문학 롯데전서 5-9로 패하며 지난 13일 잠실 두산전 이후 4연패로 주춤했다. 올 시즌 팀의 세 번째 4연패로 같은 시각 2위 삼성이 두산에 1-10으로 패해 3경기 차가 유지되었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특히 이날 경기는 올 시즌 팀의 고질적인 고민거리를 다시 한 번 드러냈기에 김성근 감독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바로 지난해까지 채병룡, 윤길현이 도맡던 우완 계투 요원의 부재 현상이다. 이제는 베테랑 언더핸드 정대현만이 믿을만한 오른손 계투로 남아있는 상황.
지난해까지 SK는 정우람-이승호의 좌완 계투만이 아닌 정대현, 윤길현 오른손 계투 요원들로도 균형을 맞췄다. 베테랑 조웅천의 비중이 줄어든 후에는 채병룡이 선발-계투를 오가며 셋업맨으로 활약했고 좌완 고효준-전병두도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상황이 다르다.
더 이상 병역을 미룰 수 없던 채병룡이 시즌 후 공익근무 복무를 택했고 윤길현은 상무에 입대했다. 여기에 시즌 초반에는 정대현이 왼 무릎 수술로 인해 시즌 개막과 함께 합류하지는 못했다. 우완 계투 부재 현상은 이미 예정된 수순과도 같았다.
지난 7월 28일 SK는 LG와의 4-3 트레이드를 통해 묵직한 직구를 갖춘 이재영을 데려왔다. 그러나 이재영 또한 어깨부상으로 인해 올 시즌 활약도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 당장 써먹어야 할 투수를 원했던 김 감독 입장에서는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승부처에서 믿고 맡길 오른손 투수 가용 인원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은 18일 경기에서도 나타났다. SK는 3-5로 뒤지고 있던 7회초 전준우의 몸에 맞는 볼에 이어 문규현의 번트 때 고효준이 1루 악송구를 범하며 무사 1,3루를 만들자 좌완 정우람을 마운드에 올렸다. 후속 타자가 우타 황재균이었음에도.
결국 정우람은 황재균에게 중전 안타와 김주찬에게 좌전 안타, 손아섭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하며 연속 실점했다. 조성환에게서 뽑아낸 아웃카운트도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 나주환의 호수비로 직선타 아웃된 것.
정상적이라면 오른손 계투가 나왔어야 하지만 그 상황에서 믿고 맡길 투수가 없어 정우람이 또 한 번 출장을 감행, 걷잡을 수 없이 점수 차가 벌어졌다. 7-3으로 사실상 승세가 기울어 버린 이대호 타석에서 정대현이 나선 것은 승리를 기대했다기보다 7년 만의 40홈런 달성이라도 일단 저지하고자 한 김 감독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신인 문광은이 마지막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냈으나 이미 3-9로 크게 기운 시점에서의 등판이었다.
페넌트레이스 제패를 향해 순조롭게 달리던 SK는 어느새 2위 삼성과 3경기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예년보다 뒤늦은 위기를 맞은 김 감독이 과연 어떤 전략으로 난관을 극복할 것인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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