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높은 테란전의 향연이었지만 승자는 오직 하나였다. 놀라운 집중력과 승부에 대한 집념으로 맞수를 무너뜨렸다. '최종병기' 이영호(18, KT)가 '테러리스트' 정명훈(19, SK텔레콤)을 꺾고 3연속 MSL 결승진출의 쾌거를 이룩했다.
이영호는 19일 서울 문래동 룩스 히어로센터에서 열린 정명훈과의 '빅파일 MSL 2010' 4강경기에서 유연한 체제전환과 승부사 기질, 뛰어난 집중력을 앞세워 3-2 승리로 정명훈을 꺾고 MSL 결승전에 먼저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영호는 이 승리로 네이트 MSL 부터 3시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하며 현장을 찾은 KT 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줬다. 아울러 테란으로는 이윤열 최연성 이후에 3연속 결승행에 성공한 테란 선수로 위용을 떨쳤다.
반면 사상 처음으로 MSL 우승에 도전하던 정명훈은 이영호에게 또 다시 무너지며 승리를 거머쥐는데 실패했다. 이날 완패로 정명훈은 이영호에 대한 상대전적서 5승 8패로 더욱 벌어졌다.

첫 세트부터 물이오를대로 오른 이영호의 테란전 능력과 승부사 기질이 돋보였다. 정명훈의 강력한 압박 공격과 중앙 선점으로 이영호가 전체적으로 불리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가운데 뛰어난 이영호의 병력 운영과 운용이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이영호는 정명훈의 벌처-탱크 압박을 방어하며 확장기지를 가져간 이후 빠르게 공격력을 업그레이드 하며 후반전을 준비했다.
자원력과 병력에서 앞선 정명훈이 사정없이 맹공을 연달아 퍼부었지만 선취점의 주인공은 이영호였다. 이영호는 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고 정명훈의 중요한 자원기지인 7시 지역을 타격한 뒤 끊임없는 병력 소모전을 통해 선취점을 뽑아냈다.
불리한 1세트를 잡아내자 이것은 이영호 결승행의 시발점이 되고 말았다. 이어 벌어진 2세트서도 이영호의 기세는 꺾임이 없었다. '트라이애슬론'서 이영호는 정명훈과 동일하게 두개의 스타포트 건설이후 레이스를 뽑아갔지만 빠르게 제2, 제3의 확장을 가져가며 중앙 지역을 차지했다. 여기다가 영리하게 레이스를 우회해 정명훈의 드롭십을 솎아내며 제공권과 기동력의 우위를 잡았다.
기회를 잡은 이영호는 드롭십의 기동성을 최대한 살리며 정명훈의 확장을 연달아 잡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정명훈의 반격에 본진 지역이 당했지만 이미 자원력이 벌어질대로 벌어진 상황이라 역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잠시 숨을 고른 이영호는 12시 지역을 복구 이후 물량에서 정명훈을 압도하며 2-0으로 달아났다.
벼랑 끝에 몰린 정명훈이 배수의 진을 치고 이영호를 또 다시 몰아붙였지만 이영호의 열기는 1, 2세트 승리로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불타기 시작했다. 드롭십으로 정명훈의 시선을 돌리고 불씨를 되살린 이영호는 11시 지역과 12 시 지역 확장을 방어하며 경기를 유리하게 끌었다.
그러나 정명훈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배틀크루져를 확보한 정명훈은 이영호의 지상군을 차례대로 솎아내며 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영호가 레이스로 역공에 나섰지만 정명훈은 발키리와 골리앗으로 이영호의 레이스를 제거하며 한 점을 만회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위기에서 살아난 정명훈은 4세트서도 승리를 가져가며 결국 승부를 마지막 5세트까지 몰고 갔다. 이영호의 위협적인 5팩토리 타이밍 러시를 기막히게 막아낸 정명훈은 한 방 역습으로 이영호의 확장 2곳을 연파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결승 티켓이 걸려 있는 마지막 5세트. 승리의 여신은 이영호의 손을 들어줬다. 이영호는 3, 4세트를 연달아 내주며 위기에 몰렸지만 승리에 대한 의지를 꺾지는 않았다. 원 배럭스 더블 커맨드 이후 레이스를 생산한 이영호는 상대의 본진과 앞마당을 오가며 견제를 가했고, 그 시간 동안 팩토리를 늘리며 병력의 양적 우위를 점했다.
주도권을 잡은 이영호는 다시 레이스를 늘리며 대공 능력이 약한 정명훈의 지상군을 제압하며 차츰 정명훈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했다. 정명훈이 남은 모든 병력을 동원해 역전을 노렸지만 이영호는 드롭십의 기동력으로 방어에 성공하며 사실상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결국 힘이 다한 정명훈은 마지막 공격이 막히자 항복을 선언하며 접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 빅파일 MSL 2010 4강
▲ 이영호(KT 롤스터) 3-2 정명훈(SK텔레콤 T1)
1세트 이영호(테란, 11시) 승 <폴라리스랩소디> 정명훈(테란, 5시)
2세트 이영호(테란, 8시) 승 <트라이애슬론> 정명훈(테란, 4시)
3세트 이영호(테란, 1시) <투혼> 정명훈(테란, 5시) 승
4세트 이영호(테란, 5시) <오드아이3> 정명훈(테란, 11시) 승
5세트 이영호(테란, 5시) <폴라리스랩소디> 정명훈(테란, 11시)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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