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외국인 담당 이인영 대리는 19일 잠실구장에서 프랜시슬리 부에노(29) 이야기를 하면서 "부에노가 꼭 성공했으면 좋겠어요"를 10번 정도 반복했다. 그의 말 속에는 진심 어린 애정이 묻어 나왔다.
부에노는 쿠바 국적 첫 한국프로야구 선수로 지난 5일 한화와 계약 후 한국으로 건너와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5년 보트를 타고 미국으로 망명해 일명 '보트피플'로 불린다. 이후 곧바로 미국프로야구(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계약해 짧은 시간이었지만 메이저리그 경력도 가지고 있다.
이 대리는 우연찮게 부에노 영입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왜 그가 "부에노, 부에노"를 부르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대리는 부에노를 데리고 오기 위해 지난달 22일 미국을 거쳐 멕시코로 건너갔다. 그러나 그는 27일 멕시코에서 교통 사고를 당했다. 부에노를 포함 몇 명의 선수들을 살피러 멕시칸리그를 보던 중이었다.

이 대리가 탄 택시가 사거리에게 급정거를 하면서 뒤따라 오던 차가 뒤에서 '꽝', 그 힘에 앞에 서 있던 차에 '꽝'. 그 사이 왼쪽에서 오던 차가 또 다시 옆에서 들이 받으며 순식간에 3곳에서 충격을 받았다. 차 유리가 깨지며 파편이 그의 허벅지와 왼쪽 아킬레스건에 박혔다. 병원에서 3일 동안 치료를 받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무사히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문제가 생겼다. 이 대리가 가지고 있던 부에노의 멕시코와 미국 연락처가 갑자기 끊겼다. 답답한 마음에 그는 '페이스북'으로 온라인을 통해 연락처를 수소문했다.

부에노를 검색해 그의 홈페이지를 발견한 후 부에노의 친구로 생각되는 20명에게 모두 쪽지를 보냈다. 그 중에는 스팸 신고를 받아 정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5시간만에 스페인에 살고 있는 쿠바 친구를 통해 연락처를 받았고 다음날 미국 마이애미에서 애타게 찾던 부에노를 만났다. 이 대리의 한국행 제의에 부에노도 'OK' 사인을 했고 서류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또 다시 문제가 생겼다. 이 대리는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쿠바 국적 선수 영입 가능여부에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출입국사무소에 문의한 결과 쿠바는 공산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법무부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백방으로 아는 사람들을 통해 법무부의 서류 처리를 며칠이라도 앞당기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일주일 정도 만에 모든 서류 작업이 마무리 되면서 부에노는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이 대리는 "부에노는 내가 자신을 보기 위해 찾은 멕시코에서 교통사고를 당한지도 모른다. 특별히 그런 것까지 말해 선수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며 "힘들게 데려온 만큼 한국에서 성공한 외국인 투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부에노는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 동안 8피안타 1사사구 8실점(7자책)으로 난조를 보였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한 명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