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가 왜 프로인지 그 때 깨달았다".
넥센 베테랑 타자 송지만(37)이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를 어떻게 피부로 체험했을까. 바로 투수들의 볼끝에 대한 무서움을 통해서였다.
송지만은 지난 1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홈경기에 앞서 자신의 신인시절이던 1996년의 스프링캠프를 떠올렸다.

당시 2차 3순위로 인하대 졸업 후 한화에 입단한 송지만은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TV를 통해 본 프로 투수들의 구속이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150km는 우습게 찍었던 박찬호, 조성민, 임선동 소위 '황금 92학번'으로 불린 광속 피쳐들과 동기였던 송지만이었다.
송지만은 "어느날 정민철이 던지는 경기를 봤다. 그런데 구속이 기껏해봐야 140km대 초반이었다. 그걸 보고 '저걸 왜 못치는 걸까. 저런 투수가 매년 10승을 하다니. 프로도 별 것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왜냐면 어릴 때부터 150km대 직구를 밥 먹듯 던지는 투수들을 상대했던 나였기에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스프링캠프에 간 신인 송지만은 때를 기다렸다. 그런데 기회가 빨리 왔다. 마침 정민철이 라이브 피칭을 하는데 타석에 신인들을 세우기로 한 것이었다. 당시 사령탑 강병철 감독도 베팅케이지 뒤에 자리잡았다.
송지만은 쾌재를 불렀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찾아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3구 삼진이었다.
송지만은 "타석에 들어서기 전 정민철이 던지는 것을 봤다. 직구 구속이 기껏해야 140km이었고 설렁설렁 던지는 것 같았다. 잘됐다 싶었다. 감독님도 뒤에 계셨고 모든 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뭔가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면서 "그런데 몇초도 안걸렸다. 타석에 서자마자 바깥쪽으로 2개 '슉슉', 몸쪽으로 1개가 '빵' 하더니 끝났다"고 웃었다.
이어 "생각해보라. 그 때 정민철 몸 상태가 50~60%나 됐겠나. 그런데도 손조차 대지 못했다"면서 "그 때 '아, 이게 프로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구속이 아니라 '볼끝'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겠더라. 청백전이 돼서야 투수들의 공이 보였지만 배트가 나가지 않더라"고 덧붙였다.
또 "쳤다 해도 공이 외야로 날아가지 않았다. 당시 아마추어들은 알미늄 배트를 썼기 때문에 나무 배트 적응에도 애를 먹었다"고 허탈했던 당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 충격 때문인지 송지만은 신인 첫 해부터 주전자리를 꿰차며 122경기에 출장, 2할8푼7리의 시즌 타율을 기록했다. 18홈런에 113안타, 10도루를 기록했고 53타점을 올렸다.
송지만은 "가끔 김태균 덕분에 일본야구를 보는데 역시 일본 투수들이 훨씬 더 정교하고 볼끝이 좋은 것 같다"며 "구속에 치중하기보다는 힘을 빼고 던지는 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구속이 아니라 볼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송지만은 "올해로 15년째 야구를 하고 있지만 야구는 정말 힘든 운동이다. 하면 할수록 어렵고 힘들다. 내 직업인데도 어떨 때는 운동장에 나오기 싫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 그만 두면 되지 않냐'고 농담을 하자 송지만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다.
"그런데 야구가 너무 재미있다. 매일 새롭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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