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더 이상 특타를 하지 않겠다".
김성근(68) SK 감독이 돌연 특타(특별 타격 훈련)를 하지 않겠다고 깜짝 선언했다.
20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원정경기에 앞서 김 감독은 "어제 경기가 끝나고 밤에 결심을 했다"면서 "올해는 더 이상 경기 전이든 후든 특타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SK는 대전 경기 때마다 경기 전 대전고에서 실시하던 특타를 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훈련량이 많기로 소문난 SK다. 경기 전 혹은 후 실시하던 특타는 사실상 SK의 상징적인 훈련이었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실시한 SK가 계속해서 정상급 성적을 유지하자 다른 구단들도 하나둘씩 실시, 이제는 거의 모든 구단에서 하는 일반화된 훈련이 돼 버렸을 정도.
특히 위기 때면 이런 '과외수업'을 통해 선수들의 정신 상태를 무장시켜왔다. 더구나 SK는 최근 5연패에 빠지면서 2위 삼성과의 승차가 '3'으로 좁아든 상태다.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때문에 김 감독의 이번 선언은 의외로 여겨졌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SK는 항상 대처능력이 좋았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그런데 요새 SK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달 내내 변하지 않는데 할 필요가 없다"고도 굳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싹쓸이 패배를 당한 롯데와의 3연전 내용을 조목조목 예로 들면서 선수들의 "생각없는 야구를 한다"고 언급했다. 김광현과 고효준이 이틀 연속 송구 실책을 저지른 것에 대해 "한 팀에서 이틀 연속 같은 실수를 하는 것은 프로가 아니다. 서로가 보고 배워야 하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불어 최정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면서 연습을 하지 않는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날(19일) 경기 3회 1사 1, 3루에서 손아섭의 땅볼을 처리하던 유격수 나주환에 대해서는 "한 발만 나왔어도 5점은 없었다"면서 "패할 때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그런데도 그것에 대한 반성이 없는 것 같다"고 언성을 살짝 높히기도 했다.
이어 "야구는 생각있는 사람이 이기게 돼 있다. 생각이 없으면 지게 돼 있다"고 말한 김 감독은 "똑같은 실수를 이틀 연속 반복하는 것은 프로가 아니다"며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방망이를 의미 없이 돌리면 뭐하나"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김 감독은 특타가 기술 습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김 감독은 "한 기업 사장이 망하려는데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면서도 "회사가 망가지면 개인도 망하는 거다"고 허탈해 했다. 그러면서 "프로선수는 개인 기업체 아닌가. 이제부터 잘해야 연봉이 올라갈 거다. 절실해야 한다. 단순히 '하겠다'는 마음가짐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고 말해 선수 스스로 변해주길 바랐다. 더불어 "프로는 스스로 해야 한다. 신성하지 않고 1~2경기 하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면서 "밖에서 볼 때는 막강해도 막상 들어와보면 선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SK에서 특타는 없어지는 것일까.
결국 김 감독의 말을 종합해보면 시켜서 하는 '과외식' 특타가 아니라 스스로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자율' 특타로 변모하길 기대하는 눈치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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