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탈환' 향한 두산, 9번이 히든카드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8.21 11: 07

'사람이 기적이다'라는 그룹 이미지 광고처럼 결국에는 사람을 믿어야 더 나은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2위 탈환을 향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두산 베어스가 발빠른 9번 타자로 8월 하순 고개를 넘으려 하고 있다.
 
올 시즌 전적 63승 2무 43패(3위, 20일 현재)를 기록 중인 두산은 최근 주전 3루수이자 9번 타순에 고정적으로 출장 중이던 이원석의 오른손 중지 골절상으로 인해 새로운 타자에게 9번 타자 임무를 맡겨야 하는 상황. 9번 타순 또한 테이블 세터진 못지 않은 작전 수행 능력을 필요로 하는 위치라 아무나 투입할 수는 없다.

 
여기에 최근 8번 타자 포수 양의지가 5경기 연속 홈런포를 작렬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새롭게 기회를 창출해야 하는 역할인 만큼 이제부터의 두산 9번 타자는 1번 타자와도 같은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
 
이원석이 2군으로 내려간 첫 날인 20일 사직 롯데전서 두산은 발빠르고 컨택 능력까지 갖춘 오재원(25)을 9번 타자 3루수로 선발 기용했다. 오재원은 8회 1루수로 이동,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6회 적시타를 때려내며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2할8푼9리의 타율을 기록 중인 오재원의 도루 수는 28개(6위)로 자신의 데뷔 후 한 시즌 최다 타이 기록(2008시즌)이다.
 
선수 본인 또한 "내가 도루를 팀 내에서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것은 아무도 주목해주지 않는다"라면서도 "시즌 30도루를 목표로 삼았는데 점점 가까워지는 만큼 욕심이 난다"라는 말로 앞으로의 활약도를 기대하게 했다. 경희대 시절 번트 지시 수행 보다는 컨택 능력과 빠른 발을 앞세운 테이블 세터 요원이었던 오재원인 만큼 9번 타순으로 팀이 기대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본인이 스스로 알고 있다.
 
오재원만이 9번 타자로 대기 중인 것은 아니다. 2008시즌 전반기 팀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 김재호(25)도 9번 타자 3루수로 나설 만한 타자. 지난해 2루 자리에서 고영민의 부상 공백을 잘 메웠던 김재호는 올 시즌 63경기 2할 6타점을 기록 중이다. 1군에서의 기회가 들쑥날쑥해 페이스 조절이 어려웠던 이유도 있다.
 
그러나 김재호도 빠른 발과 맞추는 능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 유망주다. 중앙고 시절 유격수이자 중심타자로 활약, 두산에 1차 지명된 선수인만큼 팀에서도 일말의 기대 심리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 특히 오재원, 이원석 등이 아직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만큼 '병역 필자' 김재호의 가치는 내후년 이후 더욱 상승할 예정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김경문 감독이 이원석의 복귀 전까지 김재호에게 출장 기회를 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선수 본인 또한 "백업에 만족하지는 않는다"라며 투지를 불태우는 중. 최근 고영민이 9번 타순에 기용되기도 했으나 이종욱-고영민의 1,2번 타순이 '발야구'로 대표된 두산의 팀 컬러 회복의 열쇠임을 감안하면 고영민의 기용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선두 SK의 최근 부진으로 인해 3위 두산과 1위 SK와의 승차는 4경기 반 차까지 좁혀졌고 2위 삼성과의 승차도 2.5게임 차다. 현실적으로 분명 커다란 격차가 있지만 상승세를 탄다면 뒤집힐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주전 선수의 부상 공백을 틈 타 기회를 맞게 된 9번 타자 요원들이 제 위력을 발산하며 팀 승리까지 견인할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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