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진다".
김성근(68) SK 감독이 경기에 앞서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한마디를 남겼다. 담담하면서 여유를 잃지 않은 목소리였다.
2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원정경기에 앞서 팀 훈련을 가만히 지켜보던 김 감독은 불쑥 "오늘도 진다. 오늘까지 두고 보겠다"고 잘라 말했다. '승부사'로 알려진 김 감독의 이 말은 결국 '지겠다'는 것이 아니라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김 감독은 선발 라인업을 직접 짜지 않았다. 이만수 수석코치와 세키가와 타격 코치에게 맡겼다. 전날 "이제 특타(특별타격 훈련)를 하지 않겠다"며 '특타중단'을 선언한 뒤에도 연패가 '6'으로 늘어나자 또 다른 변화를 준 것이었다.
김 감독은 작년 6월말 이세 다카오 코치에게 선발 라인업을 짜도록 한 적이 있다. 당시 SK는 7연승을 달렸다. 그러나 7연승이 끝나자 김성근 감독 SK 부임 후 최다인 7연패(2009년 7월 4일 사직 롯데전~15일 잠실 LG전)에 빠지기도 했다. 선발 라인업에 대해서는 "이기면 마음에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전을 걸만한 상황도 거의 없었지만 내도 안되더라. 질려고 그랬는지 쉽게 잡을 수 있었던 타구가 조명 불빛 때문에 주춤했고 배터리가 도루를 연거푸 내줬다. 마지막 결승타도 정근우와 박정권이 서로 미뤘다"면서 전날 포함 최근 경기 내용을 돌아본 김 감독은 "오늘 지면 최다연패 타이 기록인가"라면서 "내일 새로 기록을 하나 더 쓸까"라고 씁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국시리즈 가기 전 차라리 지금 부진한 것이 낫지 않느냐'는 질문에 "지금 상태에서 어떻게 시리즈를 올라가?"라고 되물은 후 "초반에 많이 이겨 놓긴 했나 보다. 아직 (2위 삼성과) 2경기차가 나나"라고 웃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현재 내리막길을 타고 있는 SK 선수들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한 말이기도 했다.
이어 "기사를 보니 SK가 3위까지 떨어진다고 나왔더라"고 말한 김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KIA와 해야 하나, 롯데와 해야 하나"라면서 "SK가 워낙 좋지 않아 2위 삼성에 다시 6경기차로 앞설 기회까지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이날 SK는 전날 김성근 감독이 '중단'을 선언한 만큼 '특타'를 이틀 연속 실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말과 휴일에는 매번 사용하던 대전고 운동장이 사회인 야구로 인해 대여가 불가능한 상태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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