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그만두는 순간부터 야구에 한이 맺혔습니다. 아직도 야구가 하고 싶어 그 마음을 투구 교과서로 정리했어요".
LG 트윈스 2년 연속(1998∼1999년) 두 자릿수 투수, 2차례 임의 탈퇴 선수, 그리고 한화 이글스 피칭 인스트럭터로 한국프로야구에 발자취를 남긴 손혁(38)이 4년간 정리한 책 한 권을 들고 나타났다. 부제는 '40세까지 공을 던질 수만 있는 40가지 법칙'이라는 투수 교과서다.
19일 낮 잠실구장에서 OSEN과 만난 손혁은 "야구를 그만두고서 제 삶에서 야구가 얼만큼 중요한지 깨달았어요. 그런데 더 이상 공을 던질 수 없어 선수시절 경험과 미국내셔널피칭협회(NPA)에서 배운 지식을 책으로 써 후배들과 어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6년 LG에 입단한 손혁은 KIA 타이거즈를 거쳐 두산 베어스 소속이던 지난 2004년 4월 정들었던 마운드를 떠났다. 2007년에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위해서 잠시 동안 볼티모어 오리올스 산하 트리플A에서도 뛰었지만 부상이 재발하며 선수로서 꿈은 접어야 했다.
그러나 손혁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사설 투수교육기관인 내셔널피칭협회(NPA)에서 투수 이론의 전문가로 불리는 탐 하우스로부터 투수 교육을 받았다. 2007년부터 배운 내용들을 파워포인트형식으로 혼자 정리를 하다 우연찮게 친구의 조언으로 책을 쓰게 됐다.
손혁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다"며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안 썼을 것"이라며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특히 그는 SK 와이번스 송은범의 사진을 찾기 위해 이틀 동안 인터넷 검색을 했다. 계속 마우스 누르니깐 팔이 저리고 사진은 찾지 못하다 우연찮게 미국 사진 전문 사이트에서 송은범의 사진을 발견해 '올레'를 외쳤다.
책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한국에서 반응이었다. 그는 "한국과 미국 선수의 몸이 다르다는 반론이 많았다. 그래서 선동렬, 윤석민, 김광현, 류현진 손민한 등 모든 선수들의 투구폼을 메이저리그에서 유명한 선수들과 함께 찾아 사진으로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야구 선수를 포함한 팬들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사진을 십분 활용했다. 무엇보다 투수들의 투구폼을 집중 분석했다. 투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투구순간 공을 놓는 타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에서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일관된 투구폼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투구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기존 이론에 있어 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해서 다른 각도의 시선과 이론' 등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손혁이 생각하는 최고의 피칭폼은 누구일까. 손혁은 "최고는 선동렬 감독이다. 폼보다 좋은 몸을 가지는 것이 먼저인데 선동렬 감독은 근력과 유연성이 탁월하다. 그래서 그 좋은 투구폼을 아무도 흉내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부상 발생 원인과 회복 노하우뿐 아니라 선수에 맞는 다양한 투구폼, 투수 근력 발달 운동법, 아이싱 노하우, 투수에게 좋은 음식들, 잠은 어떻게 자는 것이 좋은지 등을 쉽게 풀어서 정리했다.
"지금도 TV를 보면 야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아, 이렇게 던지면 안 아프고 오랫동안 던질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진한 아쉬움 섞인 말을 내뱉는 손혁은 "그러나 안된다는 것을 알죠. 이제는 나 대신 다른 선수들이 오래 던지면 대리만족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책에 대한 소개를 마쳤다.
손혁이 4년 동안 공들여 쓴 이 책은 일단 20일 출판사와는 계약을 마쳤으며 최종 수정작업을 거쳐 11월말 출판예정이다. 출간과 동시에 영어로 번역한 뒤 이 책을 일본 출판도 목표로 하고 있다.
손혁은 "출판 후 한국에 머물며 프로가 됐든, 아마추어가 됐든 현장에 선수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agassi@osen.co.kr
<사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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