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선우, "완급 조절투, 이제는 감이 잡힌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8.22 08: 26

"타자들의 힘이나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큼 투수도 그에 대한 대처법을 연구하게 되니까. 오히려 한국야구가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무대로 돌아온 뒤 맞는 3년차 시즌. 그는 기존 자신이 갖고 있던 구위에 발상 전환 투구를 더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써니' 김선우(33. 두산 베어스)가 자신의 올 시즌 활약을 자평하며 팀을 위해 더욱 분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휘문고-고려대 출신으로 지난 1997년 보스턴 유니폼을 입었던 김선우는 몬트리올(현 워싱턴)-콜로라도-샌프란시스코를 거쳐 2008년 자신의 지명권(1996년 1차 우선지명)을 보유 중이던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두산은 2007시즌 최고 외국인 투수였던 다니엘 리오스의 야쿠르트 이적으로 생긴 선발진 공백을 일본행 가능성까지 있었던 김선우로 막고자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운이 없었을 뿐 구위와 기량 면에서 에이스감이라는 구단 내 점수가 높았다.
 
그러나 지난 2시즌은 김선우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어깨 부상 및 무릎 부상으로 고전했던 2008시즌 그는 6승 7패 평균 자책점 4.25로 시즌 내내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11승(10패)을 거뒀으나 평균 자책점이 5.11에 달했다. 무릎 부상이 다시 도지기도 했으나 경기 당 기복이 심했다.
 
올 시즌은 다르다. 김선우는 2010년 12승 5패 평균 자책점 3.80(22일 현재)을 기록하는 동시에 14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로 8개 구단 전체 투수 중 공동 3위에 올라있다. 특히 원래 미국 시절에서부터 후반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던 김선우는 올 시즌 후반기 3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 자책점 1.93으로 빼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광저우 아시안게임 예비 엔트리에 그가 전격 합류한 이유 중 하나다.
 
쨍쨍한 햇볕에 지열까지 후끈했던 21일 부산 사직구장.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선 김선우와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김선우는 제 기량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동시에 팀 플레이어로서 보여줘야 할 앞으로의 방향, 그리고 더 나은 한국야구를 바라는 마음까지 이야기하며 굵은 땀방울을 닦아냈다.
 
▲ 완급 조절투, 준비도 많이 했다
 
김선우는 지난 6월 26일 KIA전서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둔 이후 패배를 모른 채 여름나기에 성공하고 있다. 8경기에 등판해 승패를 가리지 못한 2경기를 제외하고도 6연승 행보를 달리는 중.
 
지난 4일 롯데전 승리(7이닝 2실점) 이후 컨디션 저하로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르기도 했으나 18일 대구 삼성전서 5⅔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시즌 12승에 성공했다. 국내 무대 한 시즌 최다승.
 
최근 승승장구의 이유를 묻자 김선우는 '포심-컷 패스트볼 일변도'가 아닌 투구패턴 변화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꼭 2년 전 "성격 상 빠른 대결을 원하는 편이다. 그래서 땅볼 유도형 직구 변종 구질을 선호한다"라는 이야기와 큰 차이가 있었다.
 
"직구-투심 위주 투구에서 스플리터의 구사도를 높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간간이 커브도 섞었고. 구종만의 변화가 아니라 몸쪽으로 직구만이 아닌 투심을 구사해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 중심을 빗겨가는 투구를 펼치다보니 결과가 좋은 것 같다".
 
첫 2년 간 17승. 그렇다고 김선우에게 변명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2008년에는 몸 만들기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까지 겹쳐 시즌 중 부상이 겹쳤다. 지난해에도 페이스가 나쁘지 않던 상황에서 타구에 정강이를 맞는 부상으로 제 구위를 떨치지 못한 채 2군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변명보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라며 2010시즌을 준비했고 그리고 성과를 보고 있다. 현재 국내파 우완 중 최다승.
 
자신이 생각한 완급조절투에 몇 점 정도를 주고 싶은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러자 김선우는 웃으며 "100점?"이라며 농을 던진 뒤 "이제는 감이 잡힌다"라는 말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윽박지르던 스타일에서 탈바꿈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그동안 주로 구사했던 구종 스타일이나 코스 분배에 있어서 변화를 줬고. 솔직히 시즌 초반에는 스스로도 갑갑하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지금은 많이 편해졌다. 3점 대 후반의 평균 자책점을 더 끌어내려야 할 텐데".(웃음)
 
 
 
▲ '타고투저' 현상, 오히려 야구 발전 길 틔워줄 것
 
유행이 돌고 돌듯이 최근 5년 간 한국야구는 '투고타저'에서 '타고투저'로의 변화 중이다. 2006년 8개 구단 평균 타율 2할5푼5리에 경기 당 평균 양 팀 득점 7.90의 기록은 올 시즌 타율 2할7푼1리에 경기 당 10.11점으로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타율 2할7푼5리에 경기 당 10.32점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수치가 높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준우승 등으로 세계 무대에서의 한국 야구 위상이 높아지면서 선수들의 기량, 특히 타자들의 수준도 점차 상승 중이다. 리그 전체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한 힘의 극대화는 물론 여러가지 타격 이론을 통해 타자들의 컨택 능력도 강화되었다.
 
국내 무대 첫 시즌을 치른 뒤 김선우는 "타자들이 어려운 코스의 공도 파울로 커트해내며 투수들을 지치게 한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바 있다. 이는 비단 김선우만이 아니라 처음 한국 무대를 밟는 외국인 투수들도 공감한 이야기다.
 
타자들의 수준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이를 상대하는 투수들이다. 마침 자리가 만들어진 만큼 김선우에게 국내 타자들의 기량 성장세 및 타고투저화에 대해 묻자 김선우 또한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김선우는 "도리어 투수들이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동기부여 계기가 될 것이다"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타자들의 힘과 기술이 증대되는 만큼 투수가 힘들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투수가 그냥 포기하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더 좋은 공을 던지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기량을 절차탁마한다면 다시 투고타저의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 다음은 타자들이 스스로 열심히할 것 아닌가. 이 과정이 반복되면 투-타가 서로 발전하면서 한국 야구의 질적 성장이라는 선순환이 나타날 것이다".
 
이야기를 맺으며 아시안게임 예비 엔트리와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김선우는 "일단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을 더욱 열심히 하는 것이 우선이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태극마크를 다는 것도 대단한 영광이지만 일찍부터 기대감을 갖기 보다 지금 해야할 일에 전념하겠다는 책임감을 앞세운 것.
 
"팀이 치열한 순위 경쟁 중이다. 시즌 후의 일을 미리 예단하기보다 남은 경기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맡은 경기를 확실히 책임지고 덕아웃에서도 투수진 맏형으로서 임무에 충실하겠다".
 
farinel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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