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어떤 표시가 돼 있을까? 복제(複製)가 불가능하도록 안전 장치는 돼 있을 것인가.
지난 8월14일 광주구장서 열린 롯데-KIA 전에서 전광판 쪽에 앉아 있다가 팬들의 환성 소리와 함께 날아온 롯데 이대호의 9경기 연속 홈런 볼을 잡는 큰 복(福)을 받은 임모(30. 광주시 광산구)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즌이 끝나고 경매와 같은 방법을 통해 가치를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 구단에 기증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며 당분간은 본인이 소유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그 후 여러 기사들을 통해 세계 신기록인 9경기 연속 홈런 볼에 대한 추측성 가치 평가가 나왔다. 물론 어떤 가격 기준이 있을 수는 없기에 막연히 1억 원 이상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승엽이 삼성 시절 기록한 최연소 300홈런이 경매에서 모 기업가에게 1억2000만 원에 팔렸던 것이 판단의 잣대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에는 스포츠 기념품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사실 형성 자체가 되지 않았다.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대호의 홈런 볼에 특별하게 의미를 두는 열성 팬이 충분한 재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필자의 생각으로는 1억 원을 넘게 지불할 실 수요자가 나오기 어렵다고 본다. 어쨌든 시즌 후 진행될 경매에 대해 벌써부터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롯데 이대호는 8월4일 잠실 두산전 솔로홈런부터 시작해 14일 KIA전 2회 3점홈런을 뽑아낼 때까지 9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그런데 대외적으로 발표된 공인(公認) 절차가 없어 진품(眞品)의 확인 방법에 의문을 가지는 팬들이 많다.
이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 이진형 홍보팀장은 “아무도 모르는 표시가 돼 있다. 그날 경기를 맡은 심판 들 중 한 명이 표시를 했을 것이다. 구심일 수도 있고, 대기심이 했을 수도 있다. 어떤 표시인지는 비밀이다”라고 밝혔다. 공에 진품임을 알려주는 어떤 표시가 돼 있다는 것이다. 이날 경기에 투입된 4심은 오석환 김풍기 우효동 박종철 심판이었다. 적어도 이들은 어떤 표시가 돼 있는지 알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롯데 구단은 9경기 연속 홈런 볼의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을까? 롯데의 서정근 홍보팀장은 “구단에서는 9경기 연속 홈런 볼에 대해 특별하게 표시를 하거나 공인을 해준 것은 없다. 구단 직원이 볼을 주운 분을 만나 기증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금액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1억원에서 수천만원 설이 들려왔다.
그러나 소유자가 어떤 공을 들고 와서 이것이 진품이니 기증 받거나 인수하라고 롯데 구단에 요청했을 때 진품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현재 구단 차원에서는 없다고 했다. 따라서 이럴 경우는 물론 경매로 나와도 진품 여부는 당일 심판진이 해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문제는 그 다음에도 발생할 수 있다. 공에 누가 면밀히 관찰해 찾을 수 있는 표시가 돼 있다면 완전 복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복제된 것을 팔고, 후일 새로운 ‘진품’이 등장하는 경우를 말한다. 설마 그런 일이 생기겠느냐고 해도 거대 스포츠 기념품 시장인 미국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사건이다. 박수근 화백의 작품에서 잘 나타나듯이 미술품 시장에서도 진품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에는 ‘역사가(historian)’가 존재하고, 사전은 물론 사후에도 즉각적인 공인 절차를 하고 있다. 게다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복제가 더 쉬워지자 홀로그램 표시를 하는 새로운 공인 방법까지 등장했다. 홀로그램의 경우 복제가 불가능하다.
필자가 이대호의 세계 신기록인 9경기 연속 홈런 볼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낮게 보는 이유도 이것이다. 명확한 공인(公認) 절차가 사후에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의 소유자는 경기가 끝난 후 한국야구위원회(KBO), 혹은 롯데 구단, 더 바람직하다면 이대호 선수 본인에게 진품 확인을 받아 놓는 것이 필요했다.
/보경S&C㈜ 대표,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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