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톤'(keystone)은 야구 용어로 2루 베이스를 뜻한다. 2루수와 유격수는 야구장의 중추, 중심인 2루를 놓고 사이 좋게 지킨다. 그래서 이들을 '키스톤 콤비'라고 부른다. 콤비를 이뤄야 하는 만큼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센스도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친해야 한다. 대화도 많이 나눠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LG 트윈스 키스톤 콤비 2루수 박경수(26)와 유격수 오지환(20)은 환상의 짝궁에 가깝다. 서로를 아끼고 격려하는 마음이 애뜻하기까지 하다.
이들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이 시작되기 40분 전 1루측 덕아웃에서 각자 자신의 글러브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박경수가 오지환의 응원가의 도입 부분인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부르자, 곁에 있던 오지환은 "LG 오지환입니다"라고 흥얼거렸다. 오지환의 센스에 박경수는 웃음을 빵 터졌다. 이어 박경수는 "지환아 내가 너 사랑하는 거 알지"라고 말하며 오지환의 등을 두드렸다.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신 박경수는 "요즘 경기 중에 지환이 때문에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유인즉슨 오지환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수비 때문이었다. 풀타임 유격수 첫 해인 오지환은 올 시즌 평범한 땅볼 타구 처리에 미숙함을 보이며 23개의 실책을 범했다. 자신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잘 되지 않아 힘들어한다.
반면 박경수는 실책이 5개밖에 없다. 박경수는 데뷔 8년차인만큼 오지환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오지환은 "형, 어제 슬라이딩 했는데 글러브에 공 놓쳤거든요. 글러브에도 안 닿더라고요. 제가 못해서 안타가 된 건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박경수는 "아이구,지환아. 네가 슬라이딩해서 못 잡는 공은 그냥 안타야. 나도 못 잡아. 수비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은데 그것까지 신경 쓰면 힘들어서 야구 못한다"라고 말하며 오지환을 격려했다.
선배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오지환은 "아 예. 저는 제가 못 잡았나 해서요"라며 "알겠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외치며 내야로 달려 나갔다. 마냥 귀엽기만 한 오지환을 한번 쳐다 본 박경수는 "만나서 반갑습니다"를 다시 한번 외치며 콤비를 뒤따랐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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