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 우측 폴대 오른쪽에는 등번호 '41번'이 새겨진 줄무늬 유니폼이 크게 걸려있다. LG 트윈스 유일한 영구 결번인 김용수(현 중앙대 감독)의 유니폼 형상이다.
21일 LG 트윈스 '에이스' 봉중근(30)은 LG 투수들 가운데 지난 1998년 이후 12년 만에 3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역대 LG 투수들 가운데 정삼흠이 지난 1991∼1994년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이어 LG의 전신인 MBC 청룡시절(1982∼1984) 하기룡이 3년 연속을 달성했고, LG 전성기를 이끈 김용수 현 중앙대 감독이 1996∼1998년까지 3년 연속 10승을 돌파했다.
봉중근은 3년연속 10승을 거둔 4번째 'LG맨'이 된 것이다. 한달 가까이 아홉 수에 걸렸기에 본인도 조금은 답답했다. 그러나 기록을 달성한 만큼 22일 경기 전 봉중근의 얼굴에는 약간의 여유가 감돌았다. 그는 "전날 경기는 아홉 수에 걸려 조금은 힘들었다. 심지어 오늘은 경기 전에 떨리기까지 했다"며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마음이 컸는데 구원 투수들도, 야수들도 잘 막아준 덕분에 거둔 승리했다"며 동료들에게 감사의 뜻을 먼저 나타냈다.


'고독한 에이스'라는 말에 대해서 봉중근은 "나는 전혀 고독하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올 시즌 봉중근은 1선발로 나서 25경기에 등판해 17차례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시 3자책 이하)를 달성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26경기에 등판해 11승12패 평균자책점 3.29 퀄리티 스타트는 19차례로 전체 1위에 오르며 '고독한 에이스'라는 타이틀이 붙게 됐다.
봉중근도 "내가 등판한 날 타자들이 도와주지 않았다, 운이 없다는 등 득점 지원을 탓하지 않는다. 내가 더 잘 던졌으면 되는 것이었다"며 도리어 자신을 탓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년부터 우리 팀 타선이 좋은 만큼 충분히 매년 15승 이상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며 "올해도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서 15승을 돌파하고 싶다"고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봉중근은 그 의욕 속에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에이스를 넘어 전설이 되겠다는 더 큰 꿈이 있었다. 잠실야구장 좌측 폴대 왼쪽에 자신의 등번호 '51번'이 새겨진 쌍둥이 유니폼을 거는 것이다. 봉중근은 은퇴하는 순간까지 LG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 위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내년 시즌을 마치면 정삼흠이 기록했던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도 깨고, 이후 투수 모든 기록을 깨는 것이다.

물론 김용수가 지난 1985∼2000년까지 통산 126승 89패 227세이브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했다. 23일 현재 봉중근은 프로 통산 38승 35패 평균자책점 3.47을 마크하고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100승 가까이 남았다. 성적 뿐 아니라 전설이 되기 위해서는 인격적으로도 더욱 더 성숙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 봉중근은 "한국에 오기 전 미국프로야구에 있는 동안 메이저리그 전설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팀에서 10년 이상 꾸준한 성적을 내며 팀이 우승을 할 수 있도록 공헌했다"며 "나 역시도 이들과 같이 서로 존경하고, 존경 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의 말처럼 '전설'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10년 넘게 시간이 남았다. 10년 연속 꾸준한 성적을 내야 할 뿐만 아니라 LG 우승도 이끌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잠실 야구장 왼쪽 폴대 근처에 '51번'이 새겨진 줄무늬 유니폼을 보게 될 것이다. 봉중근이 직접 말한 만큼 이 약속이 LG 팬들 마음속에 새겨져 훗날 꼭 지킬 수 있길 기대한다.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