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의 '아저씨', 아가씨도 다시 본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0.08.23 07: 53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아저씨란 1 '아버지와 같은 항렬의 남자를 일컫는 말'(이하 동아 새국어사전), 2 여형제의 동생이 '언니의 남편'을 일컫는 말, 3 아이들이 혈연관계가 없는 남자 어른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다.
원빈의 새 액션영화 '아저씨'는 3의 뜻이다. 한 이웃집 소녀가 감히 아저씨라고 부르기에 너무나 멋지고 젊고 잘생긴 원빈을 부르는 호칭을 제목으로 잡았다. 언제부터인가 낡고 냄새나는 구닥다리의 전유물로 몰락했던 아저씨가 원빈 덕분에 낡은 옷을 훌훌 벗어던진채 '쿨'한 남성으로 다시 태어난 요즘이다.
영화 ‘아저씨’의 열기가 뜨겁다. 개봉 3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병헌과 최민식이 사람을 썰고 토막내며 난도질하는 '악마를 보았다'조차 '아저씨' 한 명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 첫 방문에 나서며 영화 홍보에 주력했던 할리우드 톱스타 안젤리나 졸리('솔트')마저 '아저씨' 열기 앞에서는 영 힘을 못쓰고 있다.

'아저씨'는 개봉 3주차 주말인 20~22일 65만명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선두를 달렸고 4일 개봉후 353만명을 모았다. 이 정도 흥행 기세라면 올해 한국영화 최다 관객을 기록중인 송강호 강동원의 '의형제'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놀라운 건 피칠갑 잔혹 액션극인 '아저씨'에 여성들이 몰린다는 사실이다. 손목 발목 꺾기는 기본이고 배를 후비며 눈알을 파내는 '아저씨'의 핏빛 액션에 웬만한 여성 관객들은 비명을 지르고 눈을 감아야겠지만 어찌된 일일까. 양 눈을 가린 손 가락 사이로 두 눈 똑바로 뜨고 스크린을 보고 또 본다. 왜? 원빈이 거기 있으니까.
원빈은 이번 '아저씨'에서 원톱 배우로서의 충분한 자격을 입증했고 거기에 덤으로 멜로면 멜로, 액션이면 액션 등 어느 장르에서건 자기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배우란 걸 온 몸으로 드러냈다. 지난 해 봉준호 감독의 화제작 '마더'에서 살인 혐의를 받는 백치 아들로 비중있는 조연을 소화해낸 전례도 배우 원빈의 가치를 증폭시킨다.
'아저씨'의 스토리 라인은 사실 간단하다. 범죄 조직에 납치 당한 옆집 소녀를 구하기 위해 비밀을 감춘 옆집 아저씨가 혼자 날고 뛰며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렸다. 영화 도입부의 전개는 장 르노의 '레옹'을 그대로 빼다 박았지만 이마저 흠이 안되는 건 장 르노를 능가하는 원빈의 매력과 박력이다.
결국 잔혹극 '아저씨' 흥행의 가장 큰 동력은 이를 외면했어야할 여성 관객을 유혹하는 원빈에 있는 셈이다. 선혈 낭자한 스크린에서 원빈은 때때로 달콤쌉싸름한 커피 CF 속 그 진한 눈빛 속에서 비명 아닌 탄성을 질러댄다.
영화 배급사 측 관계자는 "마치 원빈 화보를 사서 보는 듯이 '아저씨'를 찾는 여성들이 계속 늘고 있다"며 "두 세번 관람하는 젊은 아가씨 관객도 흥행을 이끄는 요소"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가씨가 아저씨를 보게 만드는 원빈의 힘, 한국 영화는 새로운 성장 동력 하나를 새롭게 확인한 셈이다.
[엔터테인먼트팀 부장]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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