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역대 3번째 3000루타'송지만, "내가 쓰임 받는 것이 중요"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0.08.24 07: 13

22일 LG 트윈스와 잠실구장에서 열리기 전 넥센 히어로즈 '노송' 송지만(37)이 타격 연습을 하고 있었다.
송지만은 30분 넘게 동료선수들과 돌아가며 연신 타구를 공략해 외야 깊숙한 곳으로 날려 보냈다. 따가운 햇빛 속에서 5분도 서있기 힘들었지만 송지만은 온 몸에 땀을 흘리면서도 타격연습에 집중했다. 장종훈(2002년), 양준혁(2005년)에 이어 프로야구 역대 3번째로 통산 3000루타를 달성한 선수다웠다.
-대기록을 축하한다

▲감사하다. 그런데 기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부상 없이 뛴다는 것이 기쁘고 이런 기록을 세우는 걸 보면 내가 열심히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엇보다 3000루타가 큰 점수차에서 나를 위한 홈런이 아니라 팀이 지고 있던 상황에서 역전 홈런이었고, 덕분에 팀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의미 있는 3000루타여서 기분이 좋다
-3000루타를 달성하는데 15년이 걸렸다. 비결은?
▲신인 때는 '5년간만 잘해보자'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어느덧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비결이라면 '열정'이다. 야구를 그만큼 사랑하고 젊었을 때는 목표를 잡고 앞만 보고 달렸다. 내 성적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 성적보다 팀 승리를 위해서 뛰면서 경기 자체를 즐기려고 한다.
-베테랑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베테랑은 어떤 역할을 의미하나?
▲베테랑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을 풀어나간다. 팀을 위해서 희생하고, 때로는 연결 고리가 되기도 한다. 해결사의 모습도 있어야 한다. 역전 홈런을 친 나의 모습이 베테랑의 모습이다. 어느 팀이건 베테랑 효과는 있다. 시즌 치르다 보면 젊은 선수들의 역할이 있다. 그러나 133경기를 치르면서 이들도 슬럼프에 빠진다. 이 순간 베테랑이 필요하다. 어려운 순간을 위해서 베테랑이 존재한다. 연패에 빠졌을 때 젊은 선수들은 힘들어한다. 그리고 베테랑 선수들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고 어린 선수들이 나중에 베테랑이 되어 자신들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리빌딩 과정 속 베테랑은 중요하다.
-넥센은 성공적으로 리빌딩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팀의 미래는 젊은 선수들이다. 올 시즌은 앞으로 강팀이 되기 위한 과정이다. 몇몇 사람들은 내게 떠난 선수들이 지금 우리팀에 있다면이란 질문을 한다. 그러나 이들이 남아있었다고 해도 우리가 강팀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록 4강은 못 가지만 덕분에 또 다른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얻어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발전해 나가고 있다.
-지난 15년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떠올린다면?
▲과거에는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였다. 해결사였다. 지금의 이대호와 같다. 한화와 현대에서 우승이 기억에 남는다. 지난 15년 동안 특별히 의미 있는 경기를 꼽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내게는 뜻 깊은 경기가 많이 있을 것이다. 은퇴 시점에서 기억해 보겠다.
-그렇다면 은퇴 전까지 어떤 송지만으로 뛰고 싶나?
▲작년까지는 풀타임이었다. 올해부터는 선발, 결장, 백업, 대타를 모두 경험하고 있다. 내년시즌에 어떤 모습일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선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팀의 일원으로서 베테랑이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 내가 쓰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날 인터뷰를 하기 전 송지만은 갑자기 다시 배팅 케이지로 향했다. 무언가를 집어 들고 다시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중간쯤 마시다 만 생수였다. 특별히 보충제라도 섞여있나 싶어 송지만에게 물어봤지만 "그냥 물이에요"라고 말했다.
냉장고 안에 시원한 물 있는데 왜 그걸 다시 들고 오냐고 묻자 "내가 마시다 만 거니까 다 마셔야죠"라고 말하며 뜨겁게 달궈진 생수의 남은 한 방울까지도 마셨다. '내가 마시다 만 물, 내가 하던 일이니까 마저 끝내겠다'는 마음이 역대 3번째로 3000루타를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 듯 싶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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