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동길, '첫 안타'가 뜻깊었던 이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8.24 07: 00

"1군에서 뛰는 선수들은 모두 장점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어느 한 선수를 롤모델로 삼기보다 보고 배우면서 제 것으로 익히려 합니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신고 선수 출신 내야수 김동길(23. 두산 베어스)이 1군 데뷔 첫 타석에서 3루타를 때려내는 기염을 토했다. 그것도 어머니의 생신날에 말이다.

 
성남고-중앙대를 거쳐 올 시즌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김동길은 이미 대학리그에서 수비력으로 인정받았던 실력파 내야수. 그러나 타격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평가 아래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신고선수로 프로 무대를 밟았다.
 
시즌 초 2군에서 출장기회를 나눠 갖는 바람에 타격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김동길은 최근 2군에서의 기회를 고정적으로 얻으며 상승세를 탄 바 있다. 2군에서 2할7푼2리 1홈런 11타점 11도루의 기록을 올린 김동길은 지난 21일 사직 롯데전서부터 1군에 올랐다. 이원석의 오른손 중지 골절상을 틈 타 기회를 얻은 것.
 
1군 등록 당일 7회부터 주장 손시헌의 바통을 이어받아 유격수로 출장,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였던 김동길은 9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이정훈을 상대로 좌중간 3루타를 작렬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01년 송원국의 데뷔 첫 타석 끝내기 역전 만루홈런만큼의 파급효과는 아니었으나 첫 타석에서부터 3루타를 때려냈다는 것도 드문 것이 사실이다.
 
이튿날(22일) 삼진으로 물러난 김동길의 1군 기록은 2경기 2타수 1안타(5할, 23일 현재). 22일 경기 전 만난 김동길은 워낙 날씨가 더웠기 때문인지 큰 숨을 몰아쉬면서도 데뷔 첫 안타를 떠올리며 웃음을 보였다. 때마침 김현수가 다가온 뒤 말을 건넸다.
 
"저랑 동기생인데 잘 부탁드릴께요. 저야 고교 졸업 후 신고선수로 입단했다지만 이 친구는 대졸이거든요. 4년 전 저보다 훨씬 더 절박한 심정일겁니다".
 
동기생의 배려에 다시 한 번 안도감을 비춘 김동길은 첫 안타 순간에 대해 묻자 "직구를 때려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어안이 벙벙해 일단 공략한 뒤 냅다 뛰었다"라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뒤이어 그는 "크게 지고 있던 상황이라 나갈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7회부터 출장할 줄은 몰랐다"라는 말로 1군 출장의 감격이 가시지 않았음을 밝혔다.
 
"20일 저녁 1군 등록 통보를 받았어요. 올라오기 전에 한영준 코치께서 '내야수는 화려하기보다 평범한 타구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라며 강조하셨습니다. 그 말씀 잊지 않고 기본기를 강조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데뷔 첫 타석에서 첫 안타를 3루타로 때려낸 만큼 '주위의 축하인사가 많지 않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뜻깊은 한 마디로 질문자로부터까지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김동길이 1군 첫 출장, 첫 안타에 성공한 날은 어머니의 생신날이기도 했기 때문.
 
"마침 그 날이 어머니의 생신이었어요. 직접 어머니를 뵙고 생신날을 챙겨드리지 못했지만 1군에 올라서 안타까지 때려내 정말 뜻깊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되게 큰 선물을 받았다'라고 하시면서 축하 해주시더라구요. 프로 첫 안타 공은 (이)성열이 형이 챙겨줬어요".(웃음)
 
두산은 김동길과 같은 처지의 신고선수들이 성공을 거둔 전례를 상대적으로 자주 연출한 팀이다. 주전 유격수이자 주장인 손시헌도 그렇고 김동길의 친구인 김현수도 국내 무대를 대표하는 좌타자 중 한 명으로 우뚝 섰다. 이는 김동길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확실히 그 때문인지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회가 오면 꼭 열심히 해서 더 큰 기회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2군 생활을 버텼고 1군에까지 오르게 되었네요".
 
프로 초년병 김동길에게 롤모델이 되는 선수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특별한 롤모델로 생각하는 선수는 아직 없다"라고 답했다. 존경하는 선수가 없다기보다 모든 1군 선배들이 장점을 갖추고 있기에 이를 배워 자신의 것으로 습득하겠다는 뜻이다.
 
전지훈련 출발 전 김경문 감독은 김동길과 또 하나의 신고선수 안동현을 언급하며 "1군에서도 활약할 만한 내야 백업 요원으로 키워내고 싶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한 바 있다. 팬들이 주목하지 않는 가운데에서도 일말의 가능성으로 감독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선수 중 한 명인 김동길이 어렵게 잡은 기회를 더 큰 찬스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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