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하, "최민식 선배 무섭다고요? 후배 잘 챙겨주는 따뜻한 분" [인터뷰]
OSEN 조경이 기자
발행 2010.08.24 08: 36

배우 오산하(28)는 동덕여자대학교 공연예술학를 졸업해 2006년 KBS 드라마 ‘연어의 꿈’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올해까지 몇 편의 뮤지컬과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사실 오산하의 이름을 기억하는 대중들은 많지 않았다.
그녀가 김지운 감독과 손잡은 영화 ‘악마를 보았다’로 극중에서는 연쇄살인범에게 처참하게 살해돼 참혹하게 사라졌지만 실제 오산하는 이 영화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산하는 극중에서 이병헌의 사랑스러운 약혼녀로 출연한다. 같은 여자가 봐도 단아함과 사랑스러운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 하지만 연쇄살인범 장경철(최민식)의 타깃이 돼 처참하게 폭행을 당하고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으슥한 창고로 끌려가게 된다.

“초반에는 사랑스럽고 조신해야하고 그래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까지 여성스러운 타입은 아니라서 감독님이랑 이병헌 선배님이 다 만들어주셨다”며 “목소리 톤부터 하나하나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잡아주셨다. 김지운 감독님이 그렇게 맑고 사랑스럽고 그래야지 나중에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했을 때 더 참혹함을 느낀다고 최대한 그런 방향으로 연기를 할 것을 조언해주셨다”고 전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이병헌의 약혼녀 역할을 두고 충무로 안팎에서는 누가 그 역을 소화할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신인이 하기에는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노출에 출연하자마자 바로 연쇄살인범에게 사지가 절단돼 죽는 센 역할이고, 기존의 알려진 여배우들이 하기에는 몇 신 나오지 않는 분량으로 인해서 선뜻 카메오라도 출연을 할 결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감독님은 기존의 여배우들이 아닌 신인을 찾았다. 신인들 중에는 ‘전라도 할 수 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나체로 연기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당찬 신인들도 오디션을 많이 봤다”고.
여러 신인들을 제치고 합격한 비결에 대해서는 “당시 상황이나 마음적으로나 내 인생에서도 고비였다. 저는 정말 폐쇄적이고 답답하고 보수적인 편이었는데 그 산을 넘고 싶었다. 또 감독님께도 솔직하게 그런 부분을 다 털어놨다. 제가 사회성이 떨어지고 내성적인데 그런 부분의 산을 넘어야겠다는 절박함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굉장히 힘들지만 중요한 시기에 감독님께서 저를 선택한 것은 그 절박함 때문인 것 같다. 저에게는 은인이고 너무 감사한 스승같은 분이다”고 털어놨다.
극중에서 이병헌의 약혼녀로 출연한다. 하지만 둘이 같이 있는 신이 아닌 전화 통화로만 사랑을 나누는데 어떻게 호흡을 맞췄을까
“저도 처음에 몰랐는데 이병헌 선배님은 상대 배우를 알아야 연기를 한다고 했다”며 “제가 연기한 것의 모니터를 보고 감정선을 따라서 전화 통화를 했다. 그런데 나중에 저한테 직접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게 있어서 감독님한테 이야기를 해서 촬영장에서 만났다. 아무리 떨어져서 전화 통화하는 것만 찍어도 감정선은 맞춰야 하니까 같이 리딩도 하고 그랬다. 또 초반에 애교 있게 목소리 연기를 할 때도 감독님이랑 이병헌 선배가 애교, 억양, 말투 등을 많이 가르쳐 주셨다.”
하지만 결국 이병헌의 약혼녀인 주연(오산하)은 장경철에게 끌려가 창고에 갇히게 되고 그 안에서 이병헌의 아이를 가졌으니 살려달라고 말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정없이 주연을 죽이는 장경철에 치 떨려하는 관객들도 많았다.
“‘아이를 가졌어요’라는 대사는 정말 중요한 대사였다. 이후의 이병헌의 복수가 전개되는 상황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대사였고 장면이었다고 생각해서 정말 잘 하려고 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촬영 당시 실제 겨울이었고 바닥에 아무것도 없이 차가운 시멘트 바닥이었다. 실제 너무 춥고 힘들었었다. 창고 자체도 음산하고 정말 심정적으로 죽기 전에 모든 것을 비우고 다 포기한 것처럼 그렇게 처참한 심정이었다. 마음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다. 그런 상황들과 마음이 연기하는데 묻어 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에서 최민식과 주연이 한 창고 안에 있을 때 관객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주연의 상황에 함께 위태로움을 느끼면서 동시에 공포를 느꼈다. 실제 촬영장에서 최민식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정말 우울해야하고 참혹해야하는 상황이라 밥도 먹지 않고 그렇게 누워있었다”며 “그때는 감독님도, 스태프도 모두 이런 참혹한 장면은 처음 찍어 본다고 현장 분위기도 굉장히 우울했었다. 모두 밥을 먹으러 나간 상황에서 최민식 선배님도 밥을 안 먹고 창고에 혼자 있었다. 저는 누워서 정말 손을 들어 올릴 힘도 없었다. 저는 그냥 밥을 안 먹고 완전 지쳐서 거의 기절한 상태로 있었다. 아무와도 말을 안 하고 있었는데 최민식 선배님이 죽을 가지고 오셨다. 그때 감정이 복받쳐서 많이 울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민식 선배님은 늘 현장에서도 후배를 챙겨주시고 마음써주시는 따뜻한 분이다”며 “물론 슛이 들어가면 눈빛, 카리스마 같은 게 느껴져서 무섭기는 하지만 실제 촬영이 끝나면 너무 잘 챙겨주시는 마음 좋은 선배님이다”고 전했다.  
 
오산하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계기로 이제 시작이라는 각오로 열심히 달려나가겠다고 다짐을 했다. ‘악마를 보았다’의 김지운 감독, 그리고 스태프, 최민식 선배에게 애정의 빚을 졌고 이를 꼭 나중에 갚고 싶다고. 
마지막으로 오산하는 “앞으로도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겉으로는 제가 밝아 보이지만 실제 많이 아파봤으니까 남들의 아픔도 헤아릴 줄 알고 인간적으로 다가서는 배우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crystal@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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