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인터뷰)
OSEN 봉준영 기자
발행 2010.08.24 08: 47

10살 연하의 남자도 사랑했던 그녀다. 은행 여직원으로 사채업자의 길도 빠져봤고, 아줌마가 됐다 처녀가 됐다를 반복했던 한 여배우는 지금 야망을 위해 사랑을 버렸다.
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극본 장영철, 연출 유인식)에 출연 중인 배우 박진희는 과거 넓고 깊은 연기 스펙트럼처럼 많은 이들의 인생을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그녀는 20대의 박진희가 그립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다시 그때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과감히 젊었던 그 푸릇푸릇함을 버리겠노라고 했다.
그녀에게 33살의 박진희는 무슨 의미일까.

# 2010년 여름, ‘자이언트’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
데뷔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지난 23일. 경기도 일산 SBS 드라마센터에서 ‘자이언트’ 촬영이 한창인 배우 박진희를 만났다. 짧게 커트 친 머리카락만큼 기분도 산뜻해 보이는 그녀였다.
“너무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었는데, 속이 시원해요. 항상 긴 머리만 고수하다보니 ‘아결녀’(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때 꼭 머리를 자르겠노라 결심했었어요. 근데 함께 출연하는 엄지원, 왕빛나가 짧은 헤어스타일이라 겹쳐서 못 잘랐어요. 이번에는 극중 정연의 심리변화를 중심으로 머리스타일까지 바꿀 수 있어서 기분 좋아요.”
박진희에게 기분 좋은 일이 또 있었다. 10% 초반으로 막을 열었던 ‘자이언트’ 시청률이 20% 중반까지 치솟은 것은 물론, 경쟁작인 MBC ‘동이’까지 이겼기 때문이다.
축하 인사를 건네자 박진희는 “배우가 시청률을 전혀 신경 안 쓸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항상 연연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배우들은 특히 저는 단순한 편이라 시청률이 낮으면 작품에서 의미를 찾아요. ‘아결녀’ 역시 시청률은 낮았지만, 저에겐 촬영 내내 행복했던 작품이었죠. ‘자이언트’ 역시 저에게 의미가 많은 작품인데 거기에 시청률까지 얻었으니 행복하죠”라고 기쁨을 드러냈다.
영화 ‘친정엄마’에 이어 드라마 ‘아결녀’ 그리고 ‘자이언트’까지 일 년여 동안 무려 세 작품에 출연하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는 박진희.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느냐고 묻자 “하고 싶은니까. 단 ‘자이언트’가 끝나면 좀 쉬어야겠어요. 요즘은 컨디션 회복이 안돼요”라고 귀여운 투정을 부렸다.
‘자이언트’는 박진희에게 어떤 의미일까. “50부작의 드라마는 신인 때 주말드라마를 빼곤 처음이에요. 호흡이 긴 시대극도 처음 해보는데 거기에 시청률까지 잘 나온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그러나 저는 배우를 오래 할 것이고, 어느 것도 소중하지 않은 작품이 없었어요. 작품을 하면 작품이나 상대배우와 연애하는 기분이에요. 기 싸움도 하고 밀고 당기기도 하고, 눈치도 보면서.
그런 의미에서 첫사랑은 ‘여고괴담’이에요. 근데 사람이 간사한지라 연애를 많이 하다보면 마지막 연애대상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그렇게 보면  ‘자이언트’는 2010년 여름, 나의 마지막 연애대상이죠. 그러나 배우는 또 다른 작품을 만나 사랑을 하겠죠. 새로운 작품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하면 또 잊혀지겠지만, 저에게는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작품으로 남겠죠.” 
# 스무살의 풋풋함 그립지만, 30대의 지금이 너무 행복해
“너무 좋아요. 모든게 다.” 30대가 되고 달라진 것이 없냐는 질문에 대한 박진희의 답이다. 그녀는 “20대로 돌아가라면 돌아가겠냐”고 오히려 되묻더니 자신은 절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20대의 나는 너무 막막했고, 연기가 뭔지도 몰랐고,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그게 따라주지 않아 속상했었어요. 아직도 여전히 갈 길이 먼 배우지만 신인 시절에는 항상 많은 것이 궁금했고,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어렴풋이 그림이 그려지면서 편해진 것 같아요.”
물론 스무살의 풋풋함이 그리워지기도 한다고 했다. “그땐 나 역시 풋풋한 사랑을 했고, 일을 막 시작하는 단계였던 만큼 모든 게 신기하고 설렘이 가득했죠. 스무살이 어쩌면 저의 첫 번째 터닝포인트였던 거 같아요. 그렇지만 단순히 젊어지고 싶어 십 년전으로 돌아가라면 사양할래요.”
30대가 좋은 이유는 또 있었다. 바로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다. “어릴 때 나는 나와 다른 사람은 맞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었다”는 박진희는 “그때는 왜 나와 다를까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근데 점점 다른 건 틀린 게 아니라는 것을 배웠고, 다르기에 그 자체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절된 삶을 살다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되면서 내 삶이 넓어지게 됐다고 할까요”라며 한 뼘쯤은 자란 모습을 보였다.
33살의 그녀는 또 다른 터닝포인트를 기다린다. 언제까지 주연배우일 수도 작품 속에서 열렬한 사랑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도 이모가 되고 엄마도 되겠죠. 언제까지 주인공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 순간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는 것 같아요. 그 시기가 언제 올까요.”
bongjy@osen.co.kr
<사진> SBS제공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