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아, "귀여운 막내딸? 사람들은 애늙이래요"(인터뷰)
OSEN 봉준영 기자
발행 2010.08.24 16: 15

보는 순간 귀여운 막내딸이 떠올랐다. 보이시한 커트머리에 시종일관 방긋방긋 웃는 이영아에게 “귀엽다”는 말이 최고의 수식어 같았지만, 의외로 애늙은이(?) 같은 면을 발견했다. 어느새 데뷔 7년차를 바라보고 있는 배우 이영아를 24일 오후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청률 40%를 넘기면 ‘국민드라마’가 된 KBS 2TV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이하 김탁구)에서 절대미각의 소유자이자 팔봉선생(장항선)의 외손녀 양미순 역을 맡고 있는 이영아. 제빵왕이 되기 위한 김탁구(윤시윤)과 구마준(주원)의 대결구도에 중견배우들의 복잡한 불륜과 출생의 비밀이 뒤섞여있는 ‘김탁구’에서 양미순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양미순은 이영아에게 맞춤옷 같다.
- 시청률 40%가 넘는 ‘국민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이 다음 작품은 뭘해야하나 싶다. 사실 드라마 시작 전부터 시청률 20%는 무난히 나올 것 같았다. 대본이 워낙 재미있고, 장항선, 전광렬, 전인화, 전미선, 박상면 선배님들이 있기에 드라마 자체의 성공에 대해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부담도 따른다. 초반에는 시청률이 잘되면 좋기만 하다가 성인배우가 나와서 잘 안되면 어쩌나, 점점 시청률이 떨어지면 어쩌나 고민이 많다. 그러나 지금은 팀워크가 워낙 좋아 행복한 작품이란 생각이 가장 크다.”
-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를 시작으로 ‘황금사과’, ‘황금신부’, ‘일지매’ 등 출연한 작품마다 다 잘 됐다. 비결이 뭔가.
“일단 신인배우였고, 작품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다. 그저 나한테 맡겨준 것을 한 것인데 운이 좋았던 거 같다. 또 한편으론 아직 작품을 4~5개밖에 안해봤기 때문에 그만큼 실패가 적었던 게 아닐까 싶다. 90%는 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갈 길이 멀다.”
- 소지섭-김하늘 주연의 '로드넘버원', 김남길-한가인 주연의 '나쁜남자'와 함께 시작하면서 초반에는 경쟁작에 밀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그동안 내가 했던 드라마들이 다 그렇다. 신인 배우가 주연을 맡고, 가족드라마가 많다보니 기대치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상대 드라마들은 스케일도 크고, 톱스타도 나오고 하니 그만큼 기대가 더 컸던 거 같다. 나 스스로도 시청률이 많이 나올까 안나올까를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걸 신경 쓴다고 시청률이 오르내리는 것은 아니지 않나.”
- ‘김탁구’도 그렇고 지금까지 나왔던 작품들에서 밝은 면이 많이 강조된 것 같다. 본인한테 그런 면이 많아서 그럴까.
“아픔이 있지만, 그걸 숨기고 밝은 모습만 보이거나 억척스런 인물을 많이 연기했다. ‘김탁구’에서는 한층 더 밝다 못해 오히려 생각이 없어보여야 하기 때문에 촬영 현장에서 스스로 정신을 놓고 있다. 그러나 그게 쉬운 것만은 아니다.
예전에는 밝은 연기가 편했던 적도 있다. 스무살의 나는 실제로 때가 안 묻어있었고, 그런 연기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근데 지금은 그렇게 어리지 않으니까 맑음을 연기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사람들이 실제 나는 그렇게 어리지 않은데 발랄 쾌할한 ‘척’으로 볼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 그렇다면 이미지 변신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없는가. 지독한 악역이나 팜므파탈같은.
“변신에 강박관념은 전혀 없다. 아직은 악역이나 강한 역할이 나한테 맞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 욕심내지 않는다. 지금 내 모습을 좋아하니 계속 캐스팅 되는 것 아니겠느냐. 오히려 너무 변신하려고 하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악역을 하면, 현장에서도 ‘선배님, 선배님~’ 하면서 웃지못할 것 같다. 지금은 편하게 선배님들에게 ‘아빠’, ‘할아버지’라고 부르는데, 그걸 못할 것 같다. 우울한 역할을 하면 계속 우울해 있을 것 같아서.”
- 최근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가 시작을 했고, MBC ‘장난스런 키스’도 곧 시작을 한다. 청춘물과 새롭게 대결을 시작하는데.
“타깃이 확실히 다르기 때문에 전혀 부담은 없다. 40%가 넘는 우리 작품과 붙게 될 그들이 걱정일 수도 있지만, 배우 스스로 자신의 연기에 충실하다면, 시청자들에게 더 많이 회자되고 화제가 될 것 같다. 사실 시청률은 배우가 아닌 드라마의 것이라 생각한다. 배우 자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 철없는 막내딸 같은 이미지였는데, 실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평소 모습은 어떤가.
“애늙이 같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듣는다. 집에서도 맏이고, 부모님도 나에게 의지해 성숙한 편이다. 오죽하면 ‘김탁구’에 같이 출연 중인 윤시윤이 ‘엄마같다’고 할 정도다. 특히 2년 정도 공백기를 가지면서 더욱 성숙해졌다. 신인 시절 처음부터 일일드라마 주연을 했었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했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건 한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가끔 신인가수나 배우가 ‘버릇없다’는 말을 들으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그때는 다 그럴 때다. 나 역시 그랬고 말이다”
bongjy@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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