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구종 선택' 대한 감독의 지적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8.25 07: 00

"직구로 충분히 승산이 있던 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던지다 한 방을 두드려 맞았다. 그 점이 너무나 아쉬웠다".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은 현역 시절 '배짱'을 앞세운 리드를 펼친 수비형 포수로 알려져있다. 올 시즌 피홈런 1위(25홈런, 24일 현재)의 불명예를 뒤집어 쓰며 혹독한 선발 기회를 얻고 있는 임태훈(22)에 대한 지적을 통해 김 감독의 성향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24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이효봉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지난 22일 사직 롯데전에서 선발 등판한 임태훈에 대해 이야기했다. 임태훈은 22일 경기서 선발로 나섰으나 6이닝 6피안타(3피홈런, 탈삼진 4개, 무사사구) 5실점하며 시즌 10패(9승)째를 떠안고 말았다.
 
화두는 피홈런이었다. 올 시즌 이재우의 팔꿈치 부상, 이현승의 계투 이동에다 선수 본인의 몸상태 등으로 인해 사실상 처음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는 임태훈의 선발 성적은 19경기 8승 9패 평균 자책점 5.47이다. 98⅔이닝 동안 내준 97개의 안타 중 무려 23개가 홈런. 피안타율은 2할5푼9리로 5점 대 평균 자책점이 나올 정도는 아니다.
 
결국 잦은 홈런 허용이 임태훈의 최근 선발승 도전을 연달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는 셈. 김 감독은 그에 대해 "볼배합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해 아쉬웠다"라며 임태훈의 투구를 평했다. 22일 경기를 돌아보며 김 감독이 예로 든 것은 5회 문규현에게 내준 좌월 투런.
 
"유리한 볼카운트(2-1)에서 직구를 살리는 방법을 보여주지 못하고 한가운데로 체인지업을 우겨넣다가 홈런을 내준 것이다. 오히려 그 상황에서 직구를 살렸더라면 승산이 있었을 텐데".
 
곁에 있던 이 위원 또한 "문규현은 두산과의 3연전서 대체로 직구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라며 김 감독의 의견에 동의했다. 김 감독은 뒤이어 "직구 구사도가 예전보다 떨어진 만큼 필요한 순간에는 힘 있게 직구를 뿌렸어야 하는 데 결정구 선택이 시시때때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라며 임태훈의 피홈런이 많아진 데 대해 평했다.
 
실제로 당시 임태훈을 상대해 6회 중월 투런을 작렬했던 이대호 또한 "계투 시절 임태훈은 직구가 위력적이었던 반면 올 시즌에는 상대적으로 공략이 쉬운 편이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지난해까지 임태훈은 직구 구위가 워낙 좋아 안타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은 계투 요원이었다.
 
선수 본인에게 그와 관련해 물어보았다. 그러자 임태훈은 "처음에는 직구를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라며 "그러다 체인지업 구사에 대한 생각도 떠오르면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첫 선택을 포기하고 차선책을 선택했을 때 꼭 통타를 당하게 마련이더라"라는 말과 함께 미간을 찌푸렸다. 최근 들어 피홈런에 대한 고민이 워낙 많았기에 임태훈의 답변 어조는 너무도 무거웠다.
 
최근 켈빈 히메네스로부터 익힌 싱커를 새로 장착한 임태훈이지만 전망과는 달리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 7월 22일 LG전에서 5이닝 1실점(비자책) 승리를 거둔 이후 임태훈은 최근 5경기서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투구까지 포함했음에도 4패를 떠안은 것.
 
선수 본인은 "그동안 타선 덕택에 행운의 승리를 따낸 적도 있으니 그 다음 시련이 이어지는 것이겠지요"라며 덤덤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으나 지난 3년 간 계투진에서 분투한 투수에게 현 상황은 가혹하기 그지 없다. 자신이 원하던 새 보직에서의 성공을 노리는 임태훈이 언제쯤 마운드에서 활짝 웃을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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