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초특급 마무리 맞죠?".
불펜에서는 가히 '미스터 제로'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나오는 족족 상대 타선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 SK 송은범(26)이 선발은 물론 마무리로도 훌륭하게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송은범은 "저 이제 초특급 마무리가 맞죠?"라며 특유의 애교 섞인 눈웃음을 보였다. 실제로 송은범은 올 시즌 14경기에 불펜으로 나와 2승 4홀드 3세이브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0'이다. 선발 투수로도 6승 5패 3.2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불펜 등판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의 원정 3연전에서는 모두 마무리로 등판, 3⅓이닝 동안 무실점했다. 20일 팀 패배로 연결되는 적시타를 맞긴 했으나 앞선 투수가 낸 주자였기에 자책점과는 무관했다.
충분히 '초특급 마무리'로 불릴 만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송은범의 표정은 이내 걱정스럽게 바뀌었다. "이러다 정말 선발 투수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송은범은 작년에서야 본격적인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31경기(선발 29경기)에서 12승 3패에 3.1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성공적인 붙박이 선발로 제 몫을 다했다. 팀내 가장 많은 149⅓이닝을 소화했고 다승과 평균자책점에서 각각 공동 9위와 4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에이스 김광현이 빠진 마운드에서 로테이션을 거의 지켜내 더욱 높게 평가됐다.
불펜 투수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송은범이기도 했다. 평소 "불펜에서 대기하는 투수를 위해서라도 많은 이닝을 던져야 한다. 먼저 내려오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불펜진이 연일 연투하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스파이크를 신게 된다"고 말할 정도였다.
실제로 송은범은 불펜 투수를 위해 등판을 자청하기도 했다.오랜 불펜 투수 생활로 그 어려움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송은범은 지난 시즌 막판 어깨 통증을 숨긴 채 던지는 바람에 스프링캠프 동안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시즌 개막에 맞춰 돌아오긴 했지만 통증을 완전히 없애진 못했다. 이 때문인지 7월 들어 선발보다는 불펜에 대기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최근에는 팔꿈치에도 통증이 느껴진다"는 송은범은 "똑같은 이닝을 던져도 선발로 나오면 연투가 힘들다. 그런데 중간으로 나오면 이상하게 금방 어깨가 풀린다. 신기할 정도"라면서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힘겨운 경쟁을 뚫고 따낸 선발 자리였다. 그러나 최근 보직이 일정하지 않은 데 따라 혼란을 겪고 있다. 오는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은 송은범으로서는 이것이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다.
결국 '초특급 마무리'라는 말 속에는 마운드 위에서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내고자 한 자조 섞인 말이기도 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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